
보이지 않거나, 보려 하지 않거나
초등 교실에서 마주치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
■ 간략한 책 소개
아이들의 일렁이는 눈망울 너머로
선명히 비쳐 보이는 교실 밖 그늘
『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는 20대 초등교사가 5년간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어린이들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돌봄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교육 에세이다. 한겨울에도 외투를 입지 않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 칭찬 간식을 차마 먹지 못하고 주머니에 챙겨 넣는 아이들, 방과 후 길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읽히는 그늘이 우리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문제임을 짚는다.
저자 박상아는 교사의 가르침보다도 어른의 보살핌이 당장 급한 순간들이 있음을 전한다. 빈부 격차, 돌봄의 공백, 편견과 폭력이 교육의 기회를 가로막고 아이들의 삶을 갉아먹는 방식을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해도 일개 교사로서 학교 바깥에 자리한 문제의 근원에는 닿을 수 없는 현실을 짚는다. 그가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부대끼며 들여다본 삶은 넘실대는 풀밭에 숨은 들꽃들처럼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삶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각각의 어린이에 눈을 맞추고 손을 내미는 것이 어른들의 마땅한 역할임을 알리는 작은 창문이다.
■ 추천사
“이상한 아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미디어는 아이들을 끔찍한 모습으로 그리며, 사람들은 조금의 다름에도 선을 긋고 배제한다. 그러니 이상한 아이를 이상하게 취급하고, 괴상한 아이를 괴상하게 바라보는 게 가장 속 편한 시대가 되었다. 『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는 이 관성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멜랑콜리아는 밝은 뜻이 아니지만, 젊은 교사인 저자는 어둠의 영역에 아이를 결코 가두지 않는다. 자신의 시행착오를 성찰하며, 어른으로서 던져야 할 질문을 찾아낸다. 그릇된 행동의 원인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쉬운 길을 거부하고, 그 이면의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짚어 낸다. 모든 아이가 소중한 아이임을 잊지 않으려는 저자의 우직하고도 뭉클한 발걸음이,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연결되길 소망한다.”
오찬호_사회학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민낯들』 저자
■ 출판사 서평
가르침보다는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간들
천진함과 사랑스러움 너머,
20대 교사가 마주한 교실의 민낯
저출생과 인구 감소에 대한 경고도 어느새 익숙하게 느껴지는 오늘. 하지만 정작 이 땅에 이미 태어난 아이들, 특히 어른들의 관심과 제도적 보호에서 소외된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는 한 20대 초등학교 교사가 5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광경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본다. 학교 생활 속에 펼쳐지는 일화들,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살아 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그 앞에 나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토로하는 교사로서의 솔직한 심경은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 교실 안팎의 여러 쟁점을 건드리는 기록이 된다.
교직에 입문할 때만 해도 저자는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큰다고 생각했다. 실수를 저지르고 꾸중도 들으면서, 그럼에도 천진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어나 수학을 가르치기 전에 계절에 맞는 옷을 갖춰 입는 법이나 머리를 감는 방법부터 알려 줘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수업 중 칭찬 도장처럼 받는 젤리가 간식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 방과 후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굳세고 밝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존경심을 느끼기도, 복잡한 가정사 속에 이리저리 치이다 비행의 길로 빠지는 아이들을 결국 붙잡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리라는 기대로 준비한 교육법, 학급 운영 아이디어, 놀이 활동은 이러한 현실 앞에 모두 부차적인 것들이었다. 가르침보다는 당장의 보살핌이 필요한 순간들을 수없이 지나오면서 저자의 마음 한 편에는 흐린 빛, 막막한 슬픔이 자리했다. 매번 최선의 도움과 존중을 주고자 두 팔을 걷어붙여도, 결국 교사의 자리에서 해결해 낼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았다.
가까운 어른의 자리에서 들여다본 아이들의 삶과
학교라는 공간, 교사라는 직업의 의미
처음부터 저자가 ‘어린이 곁의 어른’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앞에서 공과 사의 경계가 흐릿해질 때면 교사로서 어디까지 헌신해야 하는가를 늘 고민했다. 협조적이지 않은 학부모, 교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빈틈이 많은 교육·복지 제도를 원망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자 해도 문제의 근원은 학교 바깥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어 보였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그는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자문했고, 때로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스스로를 투철한 사명감이나 봉사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저자지만, 그럼에도 아이들 일이라면 매번 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건 “불가항력”이었다고 고백한다. 아직 스스로를 챙길 줄 모르는 것이 당연한 나이, 그럼에도 주위의 보살핌 없이 혼자서 커야만 하는 아이들, 그 순진한 얼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정말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 하는 마음을 품다가도 결국 가정방문을 하고, 나눔 장터를 헤집고 다니고, 아이의 머리를 감겨 주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가까운 자리에서 지지고 볶으며 그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 우리 사회의 어린 동료들을 이해하고 가능한 만큼 손을 내밀려는 의지라는 것을.
불평등, 돌봄 공백, 편견과 폭력은
어떻게 교육의 기회를 가로막는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왜 어떤 아이들은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하는가?’ 교실이라는 일상 공간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핍을 비추는 창이 된다. 이 책은 교실을 배경으로 빈부 격차, 돌봄의 공백, 편견과 폭력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며 교육의 기회를 가로막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한 아이의 자존감과 미래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짚어 낸다. 이를 비판적으로만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머무는 어른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무력감,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들 곁에 서고자 하는 마음까지, 교사로서의 고뇌와 다짐이 함께 담겨 있어 독자의 마음을 오래 붙든다.
이 책에 담긴 목소리는 교육계 내부로만 향하지 않는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금 우리가 주위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묻는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어린이를 못 본 척하지 않는 마음들이 조금씩 모이면, 언젠가는 꼭 필요한 곳에 가닿을 수 있으리라고.
『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자 아이들을 맞이하고 보살펴야 할 사회와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태도, 각자의 상처에 어울리는 보살핌을 나누려는 의지, 그 작고 구체적인 존중이 이 시대 어른들에게 필요한 가장 실제적인 연대임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무거운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 저자 소개
박상아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와 따뜻한 어른으로서의 교사,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다. 가르치는 일을 기대하고 교직에 입문했건만 비행 청소년의 보호자가 되거나 나눔 장터에서 쓸 만한 아동복을 찾아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러한 교사 생활 속에서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찾아 글로 짓는 일을 숙명으로 느낀다. 출생률을 따지기보다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도서관 책 냄새를 사랑하며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저자 인터뷰
https://tsolutioninterview.imweb.me/30/?bmode=view&idx=167139848&back_url=&t=board&page=1
■ 차례
프롤로그.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바라며
Chapter 1. 아이들은 죄가 없다
어느 교실의 토요코 키즈
체벌 금지 시대, 그럼에도 살아남은 폭력에 관하여
‘설령 그러한들’ 어른의 몫은 남는다
아프지 않은 아이를 왜 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세요?
낮말은 아이들이 듣고, 밤말도 아이들이 듣는다
아이의 문제 행동 앞에서 생각해 볼 문제들
Chapter 2. 교실까지 스며든 빈부의 차이
줌 수업에서 누군가의 방을 들여다볼 권리
하리보 젤리를 주머니에 챙겨 가는 아이가 있다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선뜻 질문할 수 없는 이유
사진 배경이 하수구인 건에 대하여
테슬라, 루이비통, 아이폰을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Chapter 3. 백 명의 삶, 백 가지 예외 앞에서
계절의 옷차림을 가르쳐야 한다는 슬픔
교실에는 경계에 선 아이들이 있다
중학교를 보내려면 그 아이의 집안 사정을 알아야 한다
교직 인생에서 만난 가장 굳센 남매
교실을 배회하는 서툰 마음들
그 아이의 세 가지 얼굴에 대하여
Chapter 4.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
나눔 장터를 누비게 된 사연
씻지 못하는 아이가 생존수영에 참여한다면
선생님은 ‘진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나의 헌 노트북에 기회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에필로그. 모두 다 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