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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 - 바이오시스템학과

Q. 과기원 바이오 시스템학과의 역사와 정원은?
이광형 교수:바이오 시스템학과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2002년의 일입니다. 우리 시대의 기업인 정문술 씨가 전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차세대 학과죠. 정문술 씨는 ‘기업인의 사회적 의무’가 무엇인지 몸소 실천한 진정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어요. 2001년 은퇴하면서 자신이 이끌었던 미래 산업은 직원들에게 남기고, 그의 피땀이 담긴 전 재산 300억 원은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단순히 사회 단체에 기부하지 않았던 것은, ‘기부는 지속적이고 생산력이 있어야 하며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그분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사회 단체에 돈을 맡기면 여러 사람이 얼마간은 먹고살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잖아요. 재생산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것이 발전적이라는 생각에서 한국 과학 기술원에 바이오 시스템학과를 신설했죠.
전 세계 기술 흐름을 볼 때 IT 혁명 다음에는 BT와 IT가 결합된 MT 산업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밑거름이 탄탄한 편이에요. 여기에 발달된 BT 산업을 접목시킨다면 MT 산업에서도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수연:한국 과학 기술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고등학교 때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것이 진정 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원하는 학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우리 학교는 무학과제로 입학한 다음, 1학년 때는 자신의 관심에 따라 수업을 듣다가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2학년 1학기는 ‘예비과’라고 해서 선택한 학과 수업을 들어 보고 혹시라도 적성이 아니다 싶으면 2학기 때 얼마든지 전공을 바꿀 수 있죠.

Q. 과기원 바이오 시스템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안현준: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에 바이오 시스템학과가 신설되었어요. IT와 BT를 접목시킨 MT 분야의 학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설된다는 사실 때문에 언론에 주목을 받았죠. 미개척 분야, 새로운 학문 그리고 외국에서도 개설되어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신생 학문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뛰어드는 분야는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보다 앞서고 싶었고,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막연한 호기심도 있었고요. 또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다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만 여기서 창출될 가치 역시 그만큼 큰 법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좋았어요.
진경환:저 역시 모두가 가는 넓은 길을 걷기는 싫었습니다. 전자나 전산 분야로 진출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게 다잖아요. 신학문에 뛰어들어 그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바이오 시스템학과가 제격이라 생각했죠.
임지순:저는 뇌 과학 중에서도 인지 과학 쪽에 관심이 많아요. 뇌 과학이란 뇌의 신비를 밝혀 궁극적으로 인간이 갖는 물리적·정신적 기능 전반을 탐구하는 학문이죠. 이러한 뇌 과학 분야는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뿐 아니라 철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울러야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초 학문을 고르게 배울 수 있는 곳은 과기원의 바이오 시스템학과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수연:고등학교 때 과학 경시 대회를 치르면서 막연히 생물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생물학에 모두 올 인(all in, 모든 것을 건다는 뜻)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죠. 컴퓨터도 배우고 싶고, 약도 만들어 보고 싶고, 게놈 프로젝트 같은 생물학 관련 산업에서도 일해 보고 싶었어요. 정말 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까,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과기원에서 ‘무학제’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원하는 대로 수업을 들어 본 다음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얼마나 솔깃하던지…. 저의 진정한 적성을 찾을 기회가 주어진 셈이잖아요.

Q. 과기원 바이오 시스템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은?
진경환:교양 과목으로 영어와 봉사 활동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해요. 게다가 다른 학교와 달리 이공계 학과인데도 논술 강좌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과생들은 글쓰기와 몇 날 며칠 밤샘 실험 작업 중에 뭘 하겠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밤샘 작업을 선택할 정도로 글쓰기를 두려워해요. 사회생활에서 자신을 표현할 줄 알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글쓰기의 대가(大家) 이광형 교수님과 정재승 교수님이 이 수업을 진행하세요. 두 분 모두 이공계 출신이시라 이과생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시죠. 그래서 저희들의 문제점을 꼭꼭 짚어 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안현준:2학년 때부터 배우는 전공 필수 과목으로는 ‘바이오 정보 전자 개론’, ‘시스템 생명 공학’, ‘컴퓨터 시스템’, ‘데이터 구조 및 알고리즘’ 등이 있어요. 그리고 전공 선택 과목으로는 ‘수학 모사 및 시뮬레이션’, ‘극미세 소재 물성 및 거동 특성’, ‘바이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프로그래밍 언어 및 바이오 응용’, ‘바이오 신호 처리’, ‘시스템 모델링’ 등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실습 위주의 독특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죠. 일부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도 해요. 학교에서 ‘영어 능력 졸업 요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토익 760점 이상, TEPS 670점 이상, PBT 토플(Paper-based test TOEFL, 문제지에 풀이하는 기존 방식의 토플 시험) 560점 이상, CBT 토플(Computer-Based test TOEFL, 컴퓨터와 헤드세트가 완비된 좌석에서 듣기·문법·독해·영작 네 영역의 시험을 치르는 토플 시험) 220점 가운데 어느 한 시험에서 해당 점수 이상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어요.
이수연:전공 필수 과목 중에 바이오 계측 실험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생체 신호를 측정해서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 학문이라고 보시면 되죠. 이를테면 기타 칠 때의 뇌 신호를 컴퓨터가 받아서 기록해 둡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기타를 치는 상상을 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그 신호를 음(音)으로 바꾸어 연주하는 식이죠. 마찬가지 원리로 눈의 움직임으로 마우스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 개인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학습한 것을 바로 실험을 연결시키다 보니 다른 학과보다 수업 이해도도 높고 진행 속도도 빨라요. 또 몸으로 체험하면서 익히다 보니 재미도 있고요.

Q. 바이오 시스템학과, 이래서 좋다!
안현준:우리 과에는 학부생들을 위한 연구·탐방 프로그램인 ‘정문술 파이오니아’ 제도가 있어요. 생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 해외 대학 또는 기관을 탐방하거나, 스스로 계획한 연구 주제에 대해 연구 연수를 받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죠. 연구 분야는 개인이, 탐방 분야는 3명 이내로 조를 짜서 활동하게 되는데, 선진 연구소나 대학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지원자가 많아요. 그래서 지원자 가운데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리고 있습니다.
이수연:1~6단계로 나뉜 리더십 프로그램이 있어요. 1단계는 리더십 훈련, 2단계는 카네기 연구소와 연계된 커뮤니케이션 훈련, 3단계는 해병대 프로그램이나 가나안 농군 학교(‘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 이념에 따라 근로·봉사·희생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 교육 기관)에서 진행되는 사관학교 위탁 교육, 4단계는 봉사 활동, 5단계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인 문화 체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UCLA나 버클리 대학, 토론토 대학 등에서 견문을 넓히는 해외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죠.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리더십 강좌 수료증을 받아요. 사실 이공계 학생들이 똑똑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잖아요. 독단적이고 단순하다는 평가 말이에요. 우리 학교 목표가 21세기 리더 양성이다 보니,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문제점을 보완해 주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진경환:우리 과는 과제가 무척 많아요. 일주일에 3~4일은 집에 못 들어갈 정도니까요.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신데,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기도 하죠. 미친 듯이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 아마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쁨을 모를 거예요. 그리고 그런 매력 때문에 오히려 바이오 시스템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현준:저 역시 밤샘 작업했던 일이 많이 기억에 남네요. 새로운 분야, 다양한 학문을 접목시켜 배우다 보니까 교과서가 따로 없어요. 외국 논문이나 잡지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공부하거든요. 그래서 학문 성격이 이론적이면서 실질적이죠. 어떨 때는 이론과 기술을 겸비한 군인으로 양성되는 기분까지 들곤 해요.

Q. 학회 및 소모임 활동, 학교 축제를 소개한다면?
임지순:밤샘 작업이 많기는 해도 우리 역시 보통의 대학생이랍니다. 저는 음악 밴드 ‘창작 동화’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음악 하면 감성에 호소하는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이공계 학생들이 음악과 어울리기나 하느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음악만큼 수학적인 분야도 없을 거예요. 5도 화음의 도와 솔, 4도 화음의 도와 파가 잘 어울리는 것은 그 음정의 진동수 비가 각각 2:3, 3:4이기 때문이잖아요. 저는 그냥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대중가요를 ‘수학적’으로 다시 편곡해요. 그래서 학교 축제나 학과 행사가 있을 때 과감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죠.
안현준:저도 음악 동아리 ‘여섯 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통기타를 연주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공연하기도 합니다. 우리 학과 교육 이념처럼 미래의 리더가 되려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혼자 무대에 올라 곡을 연주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진경환:우리 학교는 해마다 ‘카포전’을 열고 있어요. 포항 공대와 함께 장소를 번갈아 바꾸어 가며 열리는 행사인데, 연고전과 성격이 비슷한 행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두 학교가 모여 과학 퀴즈 대회나 미로 찾기 대회, 해킹 대회를 벌이며 친선을 도모하죠. 올해로 5회째를 맞는데, 이 행사 때문에 응원단까지 생겼지 뭐예요. 덕분에 해가 바뀔수록 체계를 잡아 가고 있죠. 올해 가을에는 우리 학교에서 카포전을 열 예정이에요.
이수연:전 태권도 동아리 ‘활화산’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어요. 공부도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체력이 딸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거예요. 또 학교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아니거든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이념입니다.

Q. 졸업한 뒤 진로는?
안현준:올해 처음으로 학부 졸업생이 나왔습니다. 우리 학과가 대학원 과정부터 개설되었던 터라 학부 졸업생이 배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직까지 학부생 졸업자의 취업 통계는 나와 있지 않고, 지난해 석사 졸업자 27명(외국인 2명 포함) 가운데 12명은 삼성 SDS와 LG전자, 정보 통신 진흥원 등에 진출해 있고, 10명은 박사 과정에, 5명은 유학길에 올랐어요. 우리 과의 특성상 생명 과학 연구소나 의료 연구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진경환:저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 전 세계 학생들과 경쟁하고 싶어요. 물론 큰물에서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보고 싶기도 하고요.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이나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등에 유사 학과가 있거든요. 이들 학교 역시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재원이나 장비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 학생들이 모이니 색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이수연:전 1년 정도 여행을 다닐 계획이에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배낭 여행도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저기 세상 밖으로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싶어요. 그 다음에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와 더 공부한 다음에 취업할 생각입니다.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현준:우리 과에서는 다양한 학문을 배우기 때문에, 하나만 좋아하는 학생들은 적응하기 어려워요. 박학다식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학문이죠. 여러 가지에 흥미가 있어서 다양한 분야를 배우다 보면 그 가운데 특히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가 보입니다. 그때 그것을 깊이 파고들어야 하거든요. 고등학교 때 흥미를 느꼈던 것은 대학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때로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들이 우리 과에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여러 학문을 접목시키기가 유리하니까요.
이수연:전 수능 점수에 맞춰 살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진정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고등학교 때 같이 공부한 친구 가운데 한 친구는 만화가 너무 좋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그림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 친구는 지금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도 계획을 세워 놓았죠. 반면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친구는 지금 또다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대학 진학을 할 때 자신의 적성을 잘 몰랐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온 탓에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4년을 낭비한 셈이죠.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을 가서 두려워하는 일이 생겨도 결코 수능 점수에 맞춰 어영부영하지 살지 말았으면 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목표를 세워야 평생을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진경환:고등학교 때 한 공부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어요. 어쩌면 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는 평생을 내다봤을 때 극히 일부일지도 몰라요. 늘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데, 고등학교 때까지만 열심히 공부한 다음 대학에 가서는 마음껏 놀아야지 하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고등학교 나름의 생활을 즐기세요. 공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말이에요. 대학 인생이 결코 평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인생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임지순: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내신 성적, 수능 성적 걱정을 하면서 힘들게 공부만 하지 말고 놀 때는 확실히 놀고 공부할 때는 확실히 공부하세요. 어영부영 제대로 놀지도 공부하지도 않았다면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 당시 그 시절을 마음껏 즐기세요.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