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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동국대학교 - 영화영상 전공

머리글
동아시아 일대가 ‘일본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대동아 공영권’으로 재통합된 지도 이미 100년이 지났고, 조선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그러나 반정부 레지스탕스 ‘후레이센진〔不令鮮人〕’들과 모든 음모의 원흉인 이노우에 재단 사이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제3도시 서울에서는 후레이센진들이 정계의 거물급 인사 이노우에가 주최하는 유물 전시장에 침투한다. 바로 한·일 합작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내용이다. 가상 미래라는 설정답게 컴퓨터 그래픽이 돋보였던 이 작품은 예고편 역시 역동성이 돋보이는 편집과 독창적인 자막 처리로 주목을 받았다.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평가된 이 예고편을 만든 튜브 픽쳐스의 영상 제작 팀은 동국대 영화 전공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영화계와 방송계, 광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동국대 출신이 눈에 띄게 많다. 이달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빛깔을 지닌 작품을 만들어 새천년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동국 대학교 연극·영상학부 영화·영상 전공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만남의 자리에는 00학번 박정은, 01학번 윤성택, 04학번 조아름 학생이 함께했다.
〈글_ 신현정 기자·사진_ 이석원 기자〉
‘영화의 바다’로 이끄는 축제의 장
‘아시아의 칸(Cannes)’, ‘아시아 영화의 가장 큰 진열장’, ‘현대 아시아 영화의 발언대’, ‘아시아의 가장 걸출한 영화제’, ‘최고의 광고 기회’,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전 세계 유력 일간지들이 보내오는 ‘황홀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제가 있으니, 바로 부산 국제 영화제(PIFF)다. 지난 10월 14일 아쉽게 막을 내린 PIFF는 어느덧 10돌을 맞으면서 명실 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참가국과 작품 수의 비약적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세계 영화계에서 PIFF가 차지하는 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7개국 170편의 영화가 상영된 제1회 때에 비해,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63개국 262편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73개국 307편이 상영되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중 세계에 첫선을 보이는 영화들이 모여드는 ‘월드 프리미어’ 부문의 참가작이 63편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은 PIFF의 높아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세계 3대 영화제’인 프랑스의 칸, 독일의 베를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영화제를 제외하고 캐나다의 토론토 영화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영화제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또 영화제의 힘을 엿보게 하는 해외 초청 인사의 규모 역시 27개국 224명(제1회)에서 60개국 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허우 샤오시엔, 장 자크 아노, 스즈키 세이준 같은 세계적인 감독들과 성룡, 장첸 등 아시아의 스타 배우들이 대거 부산을 찾아 화제가 되었다. 초청작을 상영하는 스크린(여기서는 상영관을 가리킴) 수도 제1회 때에는 8곳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31곳으로 무려 4배 가까이나 늘었다.
관객들의 호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개막작인 허우 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와 폐막작 〈나의 결혼 원정기〉를 비롯해, 스즈키 세이준의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등 100여 편의 영화가 예매 초반에 아예 매진되었을 정도다. 상영관이 대거 밀집해 있는 남포동 PIFF 광장은 이른 시간부터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다가 지친 몸을 쉬어 가려는 ‘영화 폐인’들로 영화제 기간 내내 북적거렸다.
이러한 열띤 분위기는 PIFF가 영화인들만을 위한 ‘반쪽짜리’ 행사가 아니라,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축제임을 입증했다. 출품작의 감독과 배우들은 상영관이 있는 남포동 거리와 해운대에서 관객과 직접 만났고, 팬들의 성원과 환호에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그들 모두는 연출자와 연기자, 관객이라는 각자의 틀에서 벗어나,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교감을 확인하고 즐거워했다.
그런가 하면 PIFF가 이러한 ‘축제의 장’으로서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산업의 신흥 메카’로 거듭나게 됨에 따라,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해외에 소개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영화제’라는 평가로 요약되는 부산 국제 영화제의 인상이, 더 나아가 우리 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랜 전통과 탄탄한 교수진, 수준 높은 제작 환경
PIFF 관련 보도와 기사가 연일 텔레비전과 신문을 수놓을 무렵, 자신이 영화 축제의 주인공이 될 날을 그리며 영화판에 삶의 정열을 바치려는 예비 영화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짙푸른 코발트빛으로 바뀌어 가던 10월의 어느 날, 취재 팀은 남산 자락이 내다보이는 동국대 교정을 찾았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별나게 좁지도 않은 캠퍼스, 거기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여름날 무더위를 식혀 주던 청신한 녹음(綠陰)은 어느새 옅어져 서서히 노랗게 붉게 물들어 가고, 비 온 뒤 유난히 서늘해졌다 싶던 바람은 딱 기분 좋을 만큼 선선하게 불어 주었다.
90주년 문화관 앞에서 학생들과 만난 취재 팀은 야외 인터뷰를 제안했고,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 아마도 취재 팀이 마감 직전의 숨 막히는 사무실을 나와서 해방감을 맛보았듯이, 학생들 역시 중간고사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던 게다.
“올해로 창립 46주년을 맞은 우리 과의 모태는 연극·영화과예요. 현재는 연극 전공과 영화·영상 전공, 이렇게 두 개의 전공이 묶여서 ‘연극·영상학부’라는 이름으로 매년 신입생을 뽑고 있죠. 사실 명칭은 학부지만, 연극 전공과는 행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사실상 연극학과와 영화·영상학과라는 두 학과가 존재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게다가 입학 당시부터 전공을 결정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학부라는 이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지요. 현재 영화·영상 전공의 정원은 40명으로, 해외 특례 입학생을 합치면 42명에서 47명가량 됩니다.”
현재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윤성택 학생의 설명이다.
“일찌감치 영화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어요. 하지만 경상 북도 구미에서 고등 학교를 다니느라,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서 진학 정보가 많이 부족했죠. 그래서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자료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영상원과 동국대 영화·영상 전공을 추천해 주더군요. 둘을 놓고 고심해 봤더니, 영상원은 국립이라서 학비가 싸기는 하지만 8월부터 일찍 입시가 시작되고, 졸업 시 학사 학위가 아니라 예술사라는 명칭이 주어진다는 점 때문에 왠지 망설여졌어요. 이에 비해 동국대의 경우는 종합 대학이라서 영화와 관련된 다른 전공 분야의 교양까지 두루 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을 정할 수 있었어요.”(박정은)
“고등 학교 때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이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대학 진학 문제로 한창 고민할 2~3학년 무렵, 동아리 선배들이 동국대를 추천해 주었죠. 한양대의 경우는 연극과 영화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앙대는 예술 대학 전체가 안성 캠퍼스에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조아름)
“저 역시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상의 이점이 대학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습니다. 평소에 영화 제작뿐 아니라 비평 쪽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정재형 교수님과 유지나 교수님처럼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평론가 분들 밑에서 영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두 분은 EBS ‘시네마 천국’이나 KBS ‘독립 영화관’ 같은 영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셔서, 영화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친숙한 분들일 거예요.”(윤성택)
흔히 ‘연극·영화계의 빅 3’라고 하면, 동국대와 중앙대, 한양대를 꼽는다. 이들 세 학교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데, 1959년 국내 최초로 연극·영화과를 창설한 중앙대는 연극학과와 사진학과의 지명도가 영화 쪽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런가 하면 한양대 연극·영화과는 다른 두 학교보다 역사는 짧지만, 동국대와 마찬가지로 서울에 캠퍼스를 두고 있어 여러모로 이득을 보고 있다. 또한 이들 학교는 공통적으로 연극·영화계에 포진해 있는 선배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점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서울에 캠퍼스가 있다는 점 말고 동국대 연극·영상학부의 자랑거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 학부는 대학 내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주류(主流) 학과’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습비 지원 등에서 큰 혜택을 누리고 있어요. 또 실력 있는 교수진을 바탕으로, 쟁쟁한 외부 인사들이 대거 초빙되어 강단에 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그분들의 강의를 듣노라면 영화계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함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예를 들면, 유하 감독이 지난해부터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영화 제작을 가르치고 있고, 굴지의 영화 기획사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는 이번 학기부터 전임 교수를 맡기로 되어 있죠.”(윤승택)
“일찍부터 독립 영화 제작 풍토가 학내에 정착되어 있어서, 외부 영화제에 초청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어요. 학부생의 수상 실적을 잠깐 살펴보면, 최근 제1회 DMZ 대학생 영화제에서 〈평화의 문신〉(이기범 연출)으로 동상을 받았고, 2004년 제1회 대학 영화제 심사 위원상 수상작이자 올해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D-Day〉(강민희 연출)는 올해 광주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죠. 〈플라이트 송〉(차윤주 연출) 역시 광주 국제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고요.”(조아름)
“영상 대학원 과정이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고가의 영화 기자재를 공유할 수도 있고, 학문적으로나 영화 제작 면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사실주의풍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연극학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문예 창작학과와 공동 작업을 통해 시너지 (synergy, 분산 상태에 있는 집단·개인이 서로 적응하여 통합되어 가는 과정, 또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이나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요.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 좋은 배우나 극작가를 만난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거든요.”(박정은)
그 밖에 학점 제한의 수위가 낮아서 복수 전공과 부전공이 자유롭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자랑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정말이지 이대로 가다가는 날밤을 샐 것만 같아 걱정(?)하던 차에, 문득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라 질문을 던졌다. 학과의 명칭이 왜 영화 전공이 아니고, 영화·영상 전공인 걸까. 지원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그런 ‘복합적인’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모든 영상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영화입니다. 영상 분야의 기초는 영화에서 배울 수 있다는 얘기죠. 영화를 바탕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광고·뮤직 비디오·애니메이션 등 영상 전반을 아우르면서 폭넓은 시각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윤성택)
옳거니, 과연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회화에서 사진이, 사진에서 영화가 갈라져 나왔다면 영화 역시 모든 영상물의 모태가 되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자, 이제는 이렇듯 듬직한 학생들이 버티고 있는 영화·영상 전공에 들어가면 어떤 과정을 거쳐 실력을 쌓게 되는지 알아볼 차례다.
“우리 과에서는 이름 그대로 영화를 비롯한 영상물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전공 분야는 제작·기획, 연출, 촬영, 편집, 사운드, 시나리오, 애니메이션으로 나누어지죠. 4년 동안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을 차근차근 쌓으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할 때쯤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확실히 결정하게 됩니다. 그 이전에는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쪽을 전공할지 판단을 내리게 되죠.
다른 과 전공자들은 대개 논문을 제출해야만 졸업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 과에서는 영화 연출을 할 사람들은 영화를 제작해서 제출하고, 시나리오를 쓸 사람들은 시나리오로 논문을 대신하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어요.”(박은정)
“교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학년 때는 연극과 영화에 관한 기초 과목으로 ‘연극 개론, 기초 영상, 기초 연기, 극장 기술 기초’ 같은 과목을 배워요. 그리고 2학년에 올라가면 ‘애니메이션 개론, 캐릭터 디자인 개론, 한국 영화사, 촬영 조명 실기, 편집 실기, 사운드 실기, 시나리오 실기’ 등을 배우면서 본격적인 전공 공부에 돌입하게 되죠.
그러다 3·4학년 때는 ‘제작·기획론, 영화 연출 실기, 영화 제작 실기, 애니메이션 워크샵’ 등 전공 관련 이론과 실기 과목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며 학부 과정을 마무리 짓죠. 이때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 빼놓지 않고 반드시 배우는 과목이 있는데, 바로 ‘영화 제작 실기’예요. 이 수업에서는 그간 배운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실제 영화를 만들게 되죠. 대체로 마음이 맞는 몇몇 사람끼리 팀을 이루어 영화를 제작해요. 기본 인원은 연출· 제작·기술·시나리오 등 대여섯 명 정도 되며, 잔일을 도와주는 후배들까지 합하면 10명 이상으로 늘어난답니다.”(윤성택)
이 밖에 4학년 1·2학기 때 듣는 과목으로 ‘인턴 실기’가 있다. 산학 협동 과정의 하나인 이 수업은 영화 산업 현장과 직접 연계되어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제작 현장에 투입되어 관심 분야의 업무를 경험하다 보면, 현장에 대한 감각과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과 과정은 내년부터 개편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탄탄한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실기 훈련을 실시하여 일찍부터 ‘영화판’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동국대 영화·영상 전공 특유의 수업 풍토는 그대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시네마 키드’들, ‘시네마 천국’을 꿈꾸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자 ‘문화의 시대’다. 그래서 IT(정보 기술), BT(생명 공학 기술), NT(나노 기술)와 함께 CT, 곧 문화 콘텐츠 기술이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7월 초, 문화 관광부와 한국 문화 콘텐츠 진흥원이 ‘CT로 세계 5대 문화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CT 정책 비전 및 추진 전략’과 ‘CT 개발 로드 맵’(road map, 기업·국가·국제 사회 등이 추진할 계획·전략 등이 담긴 구상도·청사진)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인문과 예술 그리고 공학이 융합된 ‘신종(新種) 분야’인 CT는 영화와 방송을 비롯해 음악·게임 등 다양한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렇게 볼 때 영화·영상 전공 학생들의 진출 분야는 상당히 넓고, 직업적 전망 또한 밝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영화·영상 전공 졸업생은 우리 나라의 영상 분야를 선도할 재목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졸업생 선배들 가운데에는 영화감독, 영화 스태프, 방송사 PD, CF 감독, 연기자, 영화 기획사와 광고 기획사 대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들이 셀 수 없이 많죠. 이처럼 선배들이 실무 현장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고 후배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방송계나 광고계 진출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또 교직 과정이 개설되어 있어서, 주어진 과정을 이수하고 임용 고시에 합격하면 예중·예고의 영화 수업 담당 교사로 근무할 수도 있답니다.”(윤성택)
특히, 내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는 ‘ABC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Asia(지역학)와 Bio(불교 생태학), Culture(영상 문화 콘텐츠학), 이렇게 세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이 프로젝트에 힘입어, 영화·영상 전공 쪽으로의 재정 지원 역시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화·영상 제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이전부터 동국대의 특성화 분야로 이름을 떨쳐 온 분야이기 때문에, 그 시너지는 다른 대학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아직 2학년이라, 수업보다는 선배들이 찍는 영화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배운 것이 더 많아요. 언젠가는 제 영화를 만들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안고, 발에 땀이 나도록 강의실과 도서관, 영화 촬영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죠.”(조아름)
“지난 학기 때 들은 연극과의 ‘중급 연기’ 수업 덕분에 영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었어요. 영화 연출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연기자들을 다루는 법이라든가, 연극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전진 새날’이라는 소모임에서 선배들과 영화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물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 손으로 직접 영화를 연출했던 일입니다. 고교생 때 기타 연주자를 지망하던 한 남자가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자취를 찾아간다는 내용의 〈허밍 스테레오(Humming Stereo)〉라는 작품이었죠. 지금은 대학원 진학을 생각 중인데, 졸업한 뒤 당분간 DMB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학비도 벌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싶어요.”(박정은)
“그러고 보면 정은 선배랑 저랑은 인연이 참 많은 것 같아요. 1학년 때 제가 녹음을 맡았던 〈이명〉이란 영화의 조연출이 정은 선배였고, 제대한 뒤 복학해서 처음 조연출을 맡은 영화 역시 〈허밍 스테레오〉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이렇게 인터뷰의 영광을 함께 나누고 있다니 놀라워요. 개인적인 계획은 졸업하기 전까지 두세 편의 연출을 맡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단단히 마음의 각오를 해 두어야 할 것 같네요.
우리 과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이라면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 좋아해서는 안 돼요.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창작 욕구,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본적인 체력을 갖추고, 여러 분야에 대한 교양을 쌓는 데 힘써야 하죠. 참, 우리 과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는 청소년은 우리 과 인터넷 카페(www.movie.dongguk.ac.kr)에 들러 보세요.”(윤성택)
겉보기에는 여느 대학생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차림새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의 눈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고 보면, 영화 학도들의 가장 큰 꿈은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이름을 건 영화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일순, 동국대 교정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막 끝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로, 학생들 뒤로 보이는 예술 극장은 마을 광장에 자리 잡은 낡은 영화관 ‘시네마 파라디소(Cinema Paradiso, ‘시네마 천국’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어)’로 바뀌었다. 영화를 향한 꿈을 키우던 소년 토토와 평생 그의 좋은 스승이 되어 준 늙은 영사 기사 알프레도. 인터뷰 도중에 이 두 사람의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은, 학생들 역시 이 두 사람처럼 영화에 삶의 전부를 건 ‘시네마 키드’이기 때문이리라. 어디선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배경 음악이 들려오더니, 영화를, 그리고 삶을 진정 사랑하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꿈 한 자락이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