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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해군사관학교 - 해군사관학교

머리글
지난해부터 ‘이순신 신드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유아용 만화 위인전에서부터 소설,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순신 붐’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장보고 역시 소설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조국을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한, 두말할 나위 없는 ‘민족의 성웅’이다. 또 장보고는 해적들의 인신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 1만의 군사로 해로의 요충지 청해(淸海)에 진을 설치하고, 가리포(加利浦)에 성책을 쌓아 항만 시설을 보수해 전략적 거점을 마련한 인물이다.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일찌기 해양의 경제적·군사적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이달에는 장보고와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덕·체를 두루 갖춘 ‘21세기형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해군 사관학교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만남의 자리에는 4학년 60기 김지원·김태호·김호 생도, 2학년 62기 이수연 생도, 1학년 63기 김선균·김창균·최원석·최은영 생도가 함께했다.
〈글_ 신현정 기자·사진_ 이석원 기자〉
선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 해군
전국 최대의 벚꽃 축제인 군항제가 개막한 지 이틀째를 맞던 3월 31일, 인구 14만여 명의 작은 도시 진해는 축제의 열기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진해는 동쪽으로는 부산 광역시, 북쪽으로는 김해시·창원시와 접하고, 서쪽은 마산만(馬山灣)을 사이에 두고 마산시와 마주하며, 남쪽으로는 진해만을 끼고 거제시와 마주한 천혜의 항구 도시다.
진해 하면 무엇보다 먼저 군항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63년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호국 정신을 이어받아 향토 문화와 예술의 진흥을 도모할 목적에서, 1952년부터 거행되어 오던 추모제를 새롭게 단장한 것이 바로 군항제다. 열흘 남짓한 군항제 기간 동안에는 충무공 승전 행차 재현을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볼 거리가 있으니, 바로 군항제 기간에 한해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해군 사관학교다.
취재 팀이 해군 사관학교를 찾았을 때는 마침 연병장에서 공군 특수 비행단 ‘블랙 이글’의 축하 비행과 해군 헌병 기동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축제 분위기에 젖어 한동안 행복한 구경꾼이 되었다가, 하늘 위를 곱게 수놓은 비행기의 흔적과 오토바이 소리, 떠들썩한 관중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인터뷰 약속 장소인 충무관 세미나실로 들어서자, 해군 사관학교 입시 홍보과 실장 임원빈 대령이 넉넉한 미소로 취재 팀을 반겨 주었다.
“해군 사관학교의 역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인 1946년 1월 17일에 설립된 ‘해군 병학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육·해·공 삼군 사관학교 가운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셈이죠. 그 뒤 1947년에 ‘해사 대학’, 1948년에 ‘해군 대학’으로 교명이 변경되었고, 1949년에 다시 해군 사관학교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에 비해 전공이 큰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학과별 정원보다는 학년별 정원이 의미가 있어요. 현재 해군 사관학교의 입학 정원은 160명 안팎으로, 남학생의 경우 문과 30~40%, 이과 60~70%를 선발합니다. 단, 여학생의 경우는 문·이과의 비율이 반대죠.”
해군 사관학교는 공군 사관학교(1997년)와 육군 사관학교(1998년)에 이어 1999년 처음으로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한 이래, 정원의 10% 선에서 여생도를 선발해 오고 있다. 지난 2005학년도 해군 사관학교 입학 전형에서 여학생의 경쟁률은 46대 1로, 18대 1에 그친 남학생보다 2배 이상 높았다.❶
“여학생 지원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과 함께, 최근 삼군 사관학교 가운데 본교가 2년째 제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사실은 나날이 높아져 가는 해군의 위상을 입증해 줍니다. 사실 우리 나라처럼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은 나라가 선진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바다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죠. 1,200년 전 신라의 장보고(?~846)는 해상권을 장악하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선진 한국의 모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임원빈 대령은 앞으로 해군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 군은 50만 여 명에 이르는 육군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해군 병력은 육군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21세기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 있기에, 경제 대국의 꿈을 실현하려면 해군력의 증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해는 물론이고 더 넓은 바다를 개척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국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조국의 해양을 수호하고 있는 해군의 책임은 참으로 막중하다. 예정대로 2008년 ‘꿈의 구축함’이라 불리는 이지스 함(KDX-Ⅲ)이, 2015년 이후에는 중·경량급 항공모함이 도입된다면, 해군은 명실상부한 ‘해양 수호의 주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해양 지키미의 산실, 해군 사관학교
잠시 뒤 늠름한 제복 차림의 사관생도 여덟 명이 씩씩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러자 창 너머의 푸른 바다만큼이나 넓어 보였던 세미나실은 어느덧 꽉 찬 듯한 느낌이다. 간단한 다과를 들며, 어떻게 해서 해군 사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고등 학교 3학년 때 홍보 차 모교를 방문한 해군 사관생도들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멋있는 제복과 씩씩하면서도 솔직한 태도에 마음이 끌렸죠. 나름대로 해군 사관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결과 전망이 밝을 것 같아서 쉽게 결심할 수 있었어요.”(김선균)
“저 역시 고등 학교 3학년 때 모교 홍보를 나온 해군 사관학교 선배의 설명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원래 오지 여행가가 꿈이었지만, 해군이 나의 길이라고 결심한 이상 재수를 해서라도 반드시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죠.”(최은영)
“친구 아버님이 해군 사관학교 출신이시라서 평소 해군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해군 사관학교 홈 페이지(www.navy.ac.kr)의 정보들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우리 군의 미래는 해군에게 달려 있음을 깨달았죠.”(김창균)
“누나가 1차 전형을 칠 때 함께 왔다가 해군 사관생도들의 생활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건축학과를 지망했지만, 바다를 통해 더 큰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어요.”(최원석)
5주간의 가입교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2월 19일 정식으로 입교한 63기 생도 네 명의 대답이다. 이들은 해군 사관학교 역사에 남을 특이한 이력 때문에 입학 전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김선균 생도와 김창균 생도는 일란성 쌍둥이로, 한눈에 봐서는 도저히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측은 가입교 훈련 기간 동안 이들을 각기 다른 중대 소속인 2소대와 7소대에 배치했다. 하지만 그래도 소대장과 훈련 교관이 두 생도를 가끔 혼동하는 바람에 웃지 못할 일도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은영 생도와 최원석 생도는 친남매 간이다. 부모님은 재수를 해도 좋으니 꼭 사관학교에 가겠다는 최은영 생도의 생각에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남매가 모두 고향인 김해를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자, 딸 하나라도 곁에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하셨다고.
다소 긴장한 듯한 신입 생도들의 답변이 끝나자, 학생회장에 해당하는 ‘연대장 생도’ 직을 맡고 있는 김지원 생도부터 말을 이어 갔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동경했어요. 그리고 사람을 다루고 이끌어야 하는 군 지휘관이라는 지위에 매력을 느껴서 해군 장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김지원)
“고등 학생 때부터 직업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가정 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군대의 매력이거든요, 육군 사관학교와 해군 사관학교를 놓고 갈등하다가, 해군 쪽이 더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어요.”(김호)
“아버님이 군인이시라서 어려서부터 군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요. 알다시피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잖아요? 그래서 해군 쪽에 마음이 끌리던 차에, 마침 모교 홍보를 위해 들른 해군 사관학교 선배들의 모습에서 제 미래를 볼 수 있었죠.”(김태호)
다음으로 해군 사관학교에서는 어떤 과목을 배우며, 일반 대학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2학년 대표로 참석한 이수연 생도의 설명을 들어 보자.
“해군과 육군·공군을 포함한 각 사관학교의 학사 일정은 일반 대학과는 크게 다릅니다. 일반 대학은 여름과 겨울에 두 달 정도의 방학이 있지만, 사관학교의 경우에는 3주씩의 하계·동계 휴가가 주어질 뿐이죠.
그래도 교과 과정은 일반 대학과 거의 비슷해요.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1학년 때는 교양 과목을 공부하며 자신의 적성을 파악한 뒤, 2학년이 될 무렵에 전공을 선택하게 됩니다. 4년간 총 146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교과목은 크게 일반학과 군사학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30학점은 전공 과목인 일반학으로 채워야 하는데, 현재 사회 인문학 계열 3개 전공(국제 관계학, 군사 전략학, 외국어), 이공학 계열 6개 전공(전기 공학, 정보 통신 공학, 기계 조선 공학, 경영 과학, 해양학, 전산 과학)이 개설되어 있어요.”
한편 나머지 116학점은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생도가 공통으로 이수해야 한다. 해군 장교로서 갖춰야 할 군사 지식, 곧 함정 운영, 무기 체계, 전략 전술, 리더십 분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1·2학년 때는 일반학 중심의 기초 이론 과목 위주로, 3·4학년 때는 군사학 응용 과목 위주로 배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졸업생들은 일반학 전공 분야에 따라 문학사, 이학사, 공학사 중 하나의 학위와 함께 군사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는 점도 이색적이에요. 또 학년별로 군사 실습 과정이 마련되어 있어서, 신입생 때는 지상전(4주)과 기초 함정 실습(1주)을, 2학년이 되면 함정 실습(2주)을 나가요. 그 뒤 3학년 때 5주간의 연안 실습을 마치고 나면, 4학년 때 드디어 세계를 일주하는 원양 실습에 참여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유능한 장교로 거듭날 준비를 하게 되는 거죠.”(김지원)
결론적으로 말해서 해군 사관학교는 군사학에 관한 전문 지식과 강인한 체력, 투철한 역사 의식과 바른 인품을 갖춘 ‘21세기형 해군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생활은 절도 있게, 포부는 원대하게
“우리 학교는 삼군 사관학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병장에 서면 탁 트인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죠. 특히, 해사 박물관 옆의 방파제인 ‘해사 반도’는 주변 경관이 수려해서 야외 결혼식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바닷가 숲으로 나 있는 전용 산책로인 보성로와 단성로는 생도들과 면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요. 그 밖에 생도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벽파 회관, 영사기와 빔 프로젝션을 갖춘 대강당이 있습니다.”(김지원)
“예식복, 동·하절기 정복, 근무복, 전투복 등 용도별로 다양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제복 역시 우리 학교의 자랑이죠. 또 학업과 생활에 필요한 경비가 전액 지원되고, 매달 일정 금액의 품위 유지비가 지급됩니다.”(이수연)
“기초 체력 단련을 위해 체육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사격·태권도 외에도 스포츠 댄스·재즈 댄스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어요.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카누·조정 같은 해양 스포츠도 마음껏 즐길 수 있고요.”(김태호)
“1학년 말에 외국어 성적 우수자로 뽑힌 사람은 미국 해군 사관학교에서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일본 방위대에서 2년간 위탁 교육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 밖에 미 7함대·서태평양 함대 파견 교육, 중국·러시아 견학 및 영국 어학 연수, 국제 학술 세미나 참가 등 세계 각국의 전통·문화·학술·군사 분야에 대한 다양한 해외 연수 기회가 주어집니다.”(김호)
금주(禁酒), 금혼(禁婚), 금연(禁煙)의 ‘삼금(三禁) 제도’와 ‘무감독 시험제’ 역시 모든 사관학교의 오랜 전통이자 자랑이다. 시험 기간 중에 생도들은 강의실 칠판에 “나는 자랑스런 해군 사관생도로서 신념과 긍지를 가지고 교훈을 받들어 내규를 준수하며, 양심과 지성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행동할 것을 엄숙히 선서함”이라는 ‘명예 선서’를 쓰고 시험을 치른다.
생도들은 이러한 명예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치 연대를 조직하여, 학교 생활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법을 배운다. 생도 연대는 2개 대대, 8개 중대, 32개 소대로 편성되며, 연대장과 각 대대장 생도는 별도의 참모 조직을 두어 업무를 분담한다. 신입 생도들은 이렇듯 규율이 중시되는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에는 지·덕·체를 골고루 중시하는 예의 바르고 자율적인 분위기가 다소 낯설었어요. 하지만 가입교 훈련 기간 내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란 느낌이에요.”(김창균)
“사관학교의 선후배 관계는 일반적인 선후배 관계와는 다릅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솔선수범하며, 후배를 세심하게 챙겨 주는 선배들의 태도가 마음에 와 닿았죠.”(최은영)
“3·4학년 생도는 주말마다 외출·외박이 가능하며, 4학년 생도는 수요일 저녁에도 외출할 수 있어요. 이에 비해 2학년 생도는 월 1회 외출, 월 3회 외박이, 1학년 생도는 월 1회만 외출·외박이 가능하죠. 단체 생활에 따른 이러한 제약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가운데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김선균)
“매일의 일과가 정해져 있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죠. 6시 아침 점호와 함께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풀고 군가를 복창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져요.”(최원석)
공군 사관학교에서 신입 생도를 ‘메추리’라고 부르듯, 해군 사관학교 신입 생도의 애칭은 ‘바닥’을 뜻하는 ‘보텀(bottom)’이다. 야무지게 소신을 밝히는 보텀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선배 김태호 생도가 학창 시절의 추억 하나를 들려준다.
“3학년 때 8~9월경에 5주간 연안 실습을 갔는데, 2002년 서해 교전 당시 조국 해양 수호에 목숨을 바친 5인의 영정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어요. 침몰된 고속정에 남은 총흔은 그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죠. 조국과 국민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어야 한다는 굳은 각오를 아로새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관학교에는 없는 미식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한 일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해요. 구성원들이 마음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저력,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 정신과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는 군인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자세죠.”(김호)
해군 사관학교 생도들의 동아리 활동은 학보사, 미술반, 합창반, 연극반, 전산반 등의 ‘문화부’ 활동과 요트, 윈드서핑, 축구, 인라인 스케이트 등의 ‘체육부’ 활동으로 나뉜다. 이들 동아리는 매년 봄에 열리는 대동제인 ‘옥포제’에서 그 결실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학교 행사에는 ‘삼군 사관학교 친선 체육 대회’, 베트남전에서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한 고(故) 이인호 소령을 기리는 ‘인호제’, 졸업 및 임관을 앞둔 졸업생에게 후배 생도들이 기념 반지를 끼워 주는 ‘지환식’ 등이 있어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행사의 꽃은 학교 축제인 ‘옥포제’죠. 전야제 격인 ‘생도의 밤’에서는 동아리별로 장기 자랑을 선보입니다. 2박 3일간 계속되는 축제 기간 동안에는 가족·친구·친지를 초대할 수 있고, 카페·공연·전시 등 각 동아리 부원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지죠.”(이수연)
옥포제는 원래 봄에 열리지만, 올해는 5월부터 시작되는 4학년생의 원양 실습 때문에 11월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4학년 생도들은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의 13개 나라 13개 항구를 돌아보는 원양 실습에 나섭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일본, 캐나다, 괌, 미국, 멕시코, 타히티 등 태평양 일대를 순방했어요.”(김지원)
원양 실습 기간 동안 4학년 생도들은 양국간 군사 교류에 힘쓰는 것은 물론이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거나 상대국의 만찬에 참석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 사절로서 제 몫을 다하게 된다. 그 밖에 유적지를 탐방하는 등 해당 국가의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어, 원양 실습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대양 해군’이 되기 위한 산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해군 사관생도들은 4년간의 교육을 마친 뒤 졸업과 동시에 해군 및 해병대 장교(소위)로 임관됩니다. 군을 통틀어 가장 다양한 병과(兵科)를 자랑하는 해군인 만큼 진로 또한 다양해요.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데 여념이 없는 항해 병과, 용맹한 해병대, 대양 해군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해군 항공단, 첨단 장비로 무장한 잠수함 부대 외에도 정보 통신, 병기, 시설, 정훈, 보급, 조함, 의무, 법무 등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죠. 병과별로 항해사·기관사·항공기 조종사 등의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5년간의 의무 복역을 마치고 난 뒤에는 희망에 따라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전역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때 해군 본부에서는 통합 전산망을 통해 수시로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적성과 전공·병과에 따라 적합한 관계 기관과의 연결을 주선하고 있어요. 또 10년 이상 근속한 경우 취업 교육 기관에 위탁하여 일정 기간 직업 교육을 실시하는 취업 보도 교육을 실시해, 원활한 사회 진출을 지원하고 있죠. 20년간 근속한 뒤 전역한 경우에는 평생 연금 혜택이 부여되고요.”(김호)
그 밖에 국방 대학원·군사 과학 대학원 같은 군내 교육 기관이나 국내외 일반 대학원에 진학해서 국비로 석·박사 과정을 마칠 수도 있다. 학위를 취득한 다음에는 해군 사관학교 교수 및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쯤에서 진로 선택의 폭이 이렇듯 넓은 생도들의 장래 계획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씩씩하게 첫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1학년 대표 최은영 생도다.
“4년간 최선을 다해 생활한 뒤, 항해 병과에 자원해서 여생도 최초로 이지스 함의 함장이 되고 싶습니다.”
“첫 시험의 성적이 졸업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열심히 생활하는 틈틈이 학과 공부에도 힘써서 첫 단추부터 잘 끼워 나갈 생각입니다.”(최원석)
“물리를 좋아해서 전기 공학이나 정보 통신 공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영어 공부와 체력 단련에도 힘쓸 생각이고요.”(김창균)
“가입교 훈련 때 소대장님께서 하신 “모든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 잊혀지질 않아요. 단순히 4년을 버텨서 해군 장교가 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학과 생활과 체력 훈련, 문화부 활동에 이르기까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김선균)
“주체적으로 과업을 정하고 성실하게 생활하여 지·덕·체를 두루 갖춘 사관생도가 되고 싶어요. 졸업한 뒤에는 일본어를 전공한 이력을 살려서 군에 기여하고 싶고요.”(이수연)
“학창 시절의 마지막 추억이 될 이번 원양 실습 기간 동안, 넓은 세상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삼겠습니다. 국가와 해군이 원하는 장교가 되는 것이 제 꿈이니까요.”(김호)
“저 역시 이번 원양 실습을 계기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생각입니다. 훌륭한 리더십이란, 지휘관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졸업한 뒤에는 전공을 살려, 에스파냐 어권 국가와의 군사 교류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김태호)
“일단 생도 연대를 이끌고 있는 대표로서 그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졸업한 뒤에는 항해 병과에 자원해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중시하는’ 지휘관이 되고 싶고요.”(김지원)
과연 절도 있는 생활이 몸에 배고 원대한 포부를 가슴에 지닌 ‘대양 해군’의 주역들답게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엿보이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끝으로 이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
“해군 사관학교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멋있는 제복이나 전액 국비 장학생이라는 외적인 매력만 볼 것이 아니라, 진정 이 길에 젊음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확신이 서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라는 거예요.”(최은영)
“해군 사관학교는 노력한 만큼 얻고 배울 수 있는 ‘정직한’ 곳이에요. 해군의 비전을 믿고, 꿈을 위해 노력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영합니다.”(최원석)
“수험생 여러분, 봄 기운이 완연한 이맘때, 공부에만 매달리려면 참 힘들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가족들, 특히 부모님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마세요.”(김창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미리 포기하지는 마세요. 학과 공부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틈틈이 좋은 책을 읽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청소년기에 읽지 않으면,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책도 있거든요.”(김선균)
“고등 학생 시절에는 눈앞의 시험 점수에만 얽매이지 말고, 좀 더 멀리, 넓게 내다봤으면 해요. 남들이 선호하는 분야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자신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테니까요.”(이수연)
“학자나 사업가를 희망하는 학생들보다는 청명한 도덕심을 바탕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되어 있는 학생들이 해군 사관학교에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김호)
“고등 학생 때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나라와 민족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도 없다는 점입니다. 조국이 내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묻기 전에, 내가 과연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아닐까요.”(김태호)
“당장의 어려운 상황 앞에 좌절하지 말고, 그 위기를 자신을 더 강하게 성장시키는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슬기로운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몫이니까요.”(김지원)
평소보다 긴 2시간여의 열띤 인터뷰를 마치고 충무관을 나오니, 어느덧 해는 서쪽 수평선 가까이 기울어 있었다. “必死則生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라 했던가, 해사 박물관 바로 옆 바닷가에 정박되어 있는 거북선이 그날따라 더욱 의연해 보였다.
해군 사관학교 생도들은 바다를 평정한 두 영웅, 장보고와 이순신의 후예답게 ‘조국의 해양 수호’와 ‘바다를 통한 세계 진출’이라는 중책을 거뜬히 완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앳된 꽃망울이 개화에 대한 약속이듯, 확신에 찬 생도들의 상기된 얼굴에서 ‘해양 강국 한국’의 미래를 읽는다.

*1. 240명의 신입생을 뽑은 육군 사관학교의 경우도 남학생의 경쟁률은 18대 1이었지만, 여학생은 34.6대 1로 훨씬 높았다. 170명을 뽑은 공군 사관학교에서도 여학생의 경쟁률이 21.5대 1을 기록하여, 남학생의 13대 1보다 높기는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