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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서울대학교 - 인류학 전공

서울대학교는...
1946년 8월에 공표된 ‘국립 서울 대학교 설치령’에 따라, 서울 및 그 근교에 있는 여러 교육 기관을 통합·개편하여 설치된 국립 종합 대학교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고등 교육의 중추 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Veritas Lux Mia(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창학 이념 아래 나라와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해 꾸준히 연구를 계속해 왔다. 한편 밀레니엄을 앞두고 수립한 장기 계획인 ‘서울 대학교 2000년대 미래상’에서 ‘학문의 대학·민족의 대학·세계의 대학’을 발전 이념으로 설정한 이래, ‘국제 수준의 대학원 중심 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앞으로 확대될 국제화에 대비하여 국제 교류 센터를 설치, 미국·일본·유럽·러시아·동유럽 및 중국과 활발한 학술 교류를 추진 중이다.


서울대학교 인류학 전공을 찾아서..
흔히 인류학자라고 하면 아프리카 오지의 원시 부족을 조사하거나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도시 빈민가 주민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다국적 기업이나 사이버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인류학자도 있다. 이처럼 인류학은 시대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시대, 모든 지역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번 달에는 인간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문화에 대해, 정치학·경제학·생물학·종교·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서울 대학교 사회 과학 대학 인류학 전공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만남의 자리에는 00학번 김지은·정민영·한수덕, 01학번 채현정·한민수 학생이 함께했다.


서울대 사회 과학 대학(인류학 전공)의 역사와 정원은?
한수덕 : 우리 과의 모태는 1961년 4월 문리과 대학 내에 창설된 고고 인류학과입니다. 그 뒤 1975년 인문 대학 소속의 고고학과와 사회 과학 대학 소속의 인류학과로 분리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지요.
현재 인류학을 비롯해, 정치학·외교학·경제학·사회학·심리학·지리학·사회 복지학·언론 정보학의 9개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사회 과학 대학의 모집 정원은 300명입니다.
신입생들은 1학년 2학기 말에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1, 2학기 성적이지요.
올해 우리 과 정원 25명 가운데 10명은 작년 수시 모집에서 전공 예약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에요. 전공 예약제란, 특정 학과에 배당된 별도의 인원에 한해 전공이 결정된 상태에서 신입생을 받는 제도를 말해요.
이 제도는 2002년부터 실시되었는데, 사회 과학 대학의 경우에는 인류학과·심리학과·지리학과·사회 복지학과가 여기에 해당되지요.


사회 과학 대학(인류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정민영 : 사회 과학이 제 적성에 맞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개별 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서 어떤 분야를 전공해야 할지 다소 막막했어요.
고민 끝에 사회 현상의 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연구하는 경제학이나 정치학보다는 인간과 문화 전반에 대해서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인류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김지은 : 제 경우에도 사회 과학 계통이 적성에 맞았어요. 사회 과학 분야들 중 인류학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사회나 문화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낯설게’ 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낯설게 본다는 것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고, 그 과정에서 현실 개혁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한수덕 : 고등 학생 때 『새로 쓰는 청소년 이야기』란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책의 저자가 인류학 전공자더군요.
학문적인 용어를 늘어놓기보다는 생활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그런지 더욱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래서 그 뒤로 인류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민수 : 저는 원래 경제학에 더 흥미가 있었지만, 1학년 때 ‘인류학의 이해’ 과목을 들으면서 통계 자료나 수학 공식을 토대로 하는 경제학 법칙의 밑바탕에는 그런 결과를 낳게 한 행동 및 사고의 유형, 곧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뒤로는 자연히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사회 과학 대학(인류학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은?
김지은 : 인류학은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의 행동 및 사고방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인간에 대한 접근 방법에 따라, 생물체로서의 인간을 연구하는 ‘체질 인류학’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을 연구하는 ‘문화 인류학’의 두 분야로 나뉘지요. 일반적으로 인류학이라고 하면 문화 인류학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 인류학의 특징은 연구 범위를 특정 지역이나 시대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인간 집단을 비교·연구하여 사회와 문화를 이루는 원리나 법칙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인류학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어요.
아직 전공을 결정하기 전인 1학년 때는 ‘인류학의 이해’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2학년 때부터 필수 과목인 ‘인류학사’·‘인류학 연구 방법’을 비롯해, ‘혼인과 가족’·‘민속학’·‘문화와 인성’·‘도시 생활과 문화’ 등 전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목을 배우게 됩니다. 3, 4학년의 경우 ‘문화와 권력’·‘문화와 언어’·‘문화와 경제’·‘문화와 법’처럼 문화와 특정 주제의 연관 관계를 다루는 과목, ‘동남아 문화의 이해’ 같이 지역별 문화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 위주로 수업 일정이 짜여집니다.
이 밖에 현지 조사가 병행되어야 하는 인류학의 특성상 3학년 필수 과목인 ‘인류학 현지 조사 실습’, 그리고 ‘인류학 박물관 실습’·‘영상 인류학’ 같은 실습 과목도 포함되어 있지요.


서울대 사회 과학 대학(인류학 전공)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정민영 : 먼저 전공 수업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 과의 경우 각 학년별로 배우는 과목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학년별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원하는 시기에 들을 수 있어요. 또 졸업에 필요한 전공 학점 39학점 중 우리 과 전공 수업에서 30학점만 따면 나머지 학점은 다른 과 전공 수업으로 채워도 됩니다.
거기에다 한 학년 정원이 적어서 수업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현지 조사를 통해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우리 과의 자랑이지요.

한수덕 : 다른 학교 인류학과에서는 문화 인류학과 관련된 과목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비해서 우리 과의 경우는 ‘인류의 진화’·‘체질 인류학’·‘문화와 생물학’ 등의 체질 인류학과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 관심의 폭을 인류학 전반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진화 심리학’이나 ‘사회 생물학’ 등은 모두 체질 인류학과 관련된 분야라 할 수 있어요.


학교 생활 중 보람 있었거나 재미있었던 일은?
채현정 : 1학년 때 학과 차원에서 정기 답사를 다녀왔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우리는 댐 건설 문제로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동강과, 그 부근인 강원도 영월, 정선 일대를 돌아보았지요.
동강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던 환경 운동 단체 관계자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기도 했고, 탄광이 폐쇄된 뒤 도박장이 생기면서 정선이나 태백 지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현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조사하기도 했어요.

한수덕 : 저 역시 정기 답사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작년 답사지는 전남 진도였는데, 현재 우리 과에 1년 간 교환 교수로 와 계시는 도쿄대 문화 인류학과의 이토 아비토〔伊藤亞人〕 교수님과 우리 과 전경수 교수님 같은 진도 연구의 권위자들께서 함께하셔서 더욱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용장 산성, 재래 시장, 고려 때 삼별초의 대몽 항쟁을 이끌었던 배중손의 사당 등을 둘러보고, 남도 지방에서 행해지는 사자(死者) 의례의 하나인 씻김굿 공연을 감상했지요.
특히 임회면 강계리 인근 산록에 위치한 초분(草墳,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일정 기간 짚으로 만든 가묘(假墓)에 넣어 두는 원시적인 장례법)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초분에 모신 시신은 3~4년 뒤 살이 모두 썩고 나면 뼈만 간추려 일반 묘에 옮겨 묻기 때문에 그 현장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김지은 : 저는 3학년 때 들었던 ‘인류학 현지 조사 실습’ 수업에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이 시간에는 담당 교수님이 주제를 정해 주시면 각 조별로 나뉘어서 거기에 따른 하위 주제를 결정하고 현지 조사를 벌인 다음 그 결과를 기말 과제로 제출해요.
그 당시의 주제는 ‘한국의 하위 문화’였어요. ‘하위 문화’란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문화에 대비되는 ‘소수층의 문화’를 뜻하는데, 하위 주제로는 ‘독신주의 문화’·‘코스프레’(‘의상·분장’이란 뜻의 ‘costume’과 ‘play’의 합성어로, 만화 주인공의 의상과 머리 모양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 등이 나왔지요.
우리 조의 경우에는 ‘청소년의 탈(脫)학교 현상’을 하위 주제로 삼았어요. 그래서 교육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에서 세워진 대안 학교 ‘하자 센터’와 ‘도시 속 작은 학교’를 찾아가 그곳 관계자들과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지요.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의 실제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이론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정민영 : 제 경우에는 작년에 ‘영상 인류학’ 수업 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일이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이 수업 역시 주제를 정하고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고 조사 결과를 영상물로 제작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각 조별로 이루어져요.
우리 조는 B급 문화(하위 문화와 같은 개념)에 대해 조사하면서, 그 당시 ‘테크노 뽕짝’으로 인기를 모았던 가수 이박사의 공연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했지요. 또 복고 바람을 몰고 왔던 휴대 전화 광고 제작자와 모델과도 인터뷰를 했고요. 그리고 이런 음악과 광고가 유행하는 현상의 뒷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밝히기 위해 대중문화 전문가에게 도움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책이나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과는 또 다른 ‘살아 있는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민수 : 저도 ‘영상 인류학’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영상 인류학은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라 할 수 있지요.
그전까지 인류학자들은 주로 ‘민족지(民族誌, 특정 부족이나 집단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기술한 보고서)’를 통해 조사 결과를 기록했거든요.
민족지는 시각적인 자료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 영상 인류학은 이 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어요.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김지은 : 고등 학생 때는 막연히 대학에만 들어가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꿈꾸던 자유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 방황을 거듭했지요.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친구들과 직접 여행 계획을 세우고, 필요하면 소모임도 직접 만드는 등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다 보니 현실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정민영 : 저는 학과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전공 과목에 대해 공부하는 학회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학부제가 실시되면서부터 기존 학회마저 없어지는 추세라서 참 안타까워요.
학회는 단지 학과 공부를 보충하는 곳이 아니라, 선후배와 교수님이 한자리에 모여 수업 외적인 고민을 나누는 장(場)이기도 하니까요
학회 및 소모임 활동, 학교 축제를 소개한다면?
한수덕 : 기존에 있던 인류학 학회 외에 문학과 영화 관련 모임이 생길 예정이고, 기타 소모임으로는 농구 모임인 ‘인농’과 ‘인공’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학과 문집인 『인류 거멀못』을 발간하는데, 올 2월에 38호가 나왔지요.
우리 학교는 매년 5월 중순과 10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대동제를 열고 있어요. 이때는 각 학과와 동아리들이 발표회나 공연·전시회 같은 학술·문화 행사를 준비하지요.
또 우리 과 행사로는 10~11월 사이에 개최되는 ‘인류 문화제’를 들 수 있어요. ‘일본 문화’ 같은 특정 주제를 잡아서 공연을 준비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만든 영상물을 상영하거나 현지 조사 때 찍은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답니다.


선배들의 졸업 후 진로는?
정민영 :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인간과 문화 전반을 다루는 광범위한 것이다 보니, 뚜렷한 진로를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선입견과는 달리 인류학 전공자를 원하는 기업이 꽤 많습니다. 마케팅이나 기획, 상품 개발 같은 분야는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니까요.

일반적으로는 방송사나 신문사 기자, 프로듀서 등 언론 쪽으로 진출하는 사람이 많고, 박물관이나 연구소에 학예사나 연구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광고 기획자나 영화 감독, 문화 평론가 등 문화나 예술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는 경우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한수덕 : 평소 문화 평론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한 뒤 ‘일제 시대의 문화 변동’과 ‘대중문화에 반영된 1960~80년대 사회상’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김지은 : 저도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사회 변동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사회학의 연구 방법론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목표지요.

정민영 : 언론 분야에 종사하고 싶어요.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시각으로 담아내는 것이 꿈입니다.

한민수 : 저는 경제학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한 만큼 일단은 전공 공부에 힘쓸 생각입니다.
사실 이 두 분야는 학문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요. 경제학이 개인을 하나의 수치로 보고, 그 가운데 법칙을 찾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인류학은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개인과 집단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든요. 하지만 좀 더 넓게 생각해 보면 경제학을 배우는 데 인류학적인 시각이 큰 도움이 됩니다.

출처 : 하이라이트 월간 고교독서평설 (200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