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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연세대학교 - 문화 인류학과

연세대 문화 인류학과를 찾아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문화 인류학’ 전공은 지구촌의 문화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해석한 바탕 위에 새로운 문화를 기획해 내는 인문 사회 과학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 문화 큐레이터를 꿈꾸는 권은채 학생과 공연 기획자의 꿈을 품고 있는 차연지 학생이 연세대 문화 인류학과를 찾아가 이 전공에서 어떤 내용들을 배우고 익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문화 인류학과 생활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눈 생생한 인터뷰 현장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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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세원고 2학년 차연지입니다. 함께 온 친구는 공주 사대 부고 2학년 권은채라고 해요.

신한슬 어서 와요! 문화 인류학과 09학번 신한슬이라고 해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렇게 우리 학과를 궁금해하는 예비 후배들과 만나게 돼서 더욱 반가워요~!

권은채 문화 인류학에 관심이 생긴 뒤부터 학과에 대한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자료가 너무 없더라고요. 우리 사회에선 아직 낯선 학문이어서인지 사람들도 문화 인류학자 하면 뼈나 화석을 발굴하거나, 오지 탐험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신한슬 문화 인류학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인류학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인류학의 범위는 크게 고고학과 체질 인류학, 문화 인류학의 3가지로 나뉘죠. 그중 고고학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인류학자의 모험처럼 유물이나 유적을 통해 옛 인류의 문화를 연구하는 분야고, 체질 인류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진화해 온 인간의 생물학적·진화론적 측면을 다루는 분야예요. 문화 인류학은 이런 고고학과 연결 고리를 이어 가면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여러 사회를 비교 연구하고, 삶의 총체적 양식으로서의 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특정한 문화 현상이 어떻게 생겨났고,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문화와 환경을 바꿔 나가는 양상을 살피는 것이 연구의 핵심 주제죠.
이번 학기에 ‘빈곤의 인류학’이란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이 수업에서는 빈곤의 정의 및 그 원인과 현상을 두루 살펴보고, 이 문제가 사회 구조와 어떤 관련이 있으며, 개인은 그 구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이론과 사례 중심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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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인문학과 사회 과학이 어우러지는 학문이라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걸요? 연세대 문화 인류학과는 2008년 3월에 문을 열었는데, 학과의 분위기는 어떤지 무척 궁금해요.

신한슬 우리 학과는 올해 2월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어요. 역사가 짧고 학년당 정원이 20명 내외로 소규모여서 다른 학과에 비해 동기나 선후배 간의 사이가 무척 친밀한 편이죠. 그래서 학생회 활동에도 학과생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제를 할 때도 혼자보다는 함께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제 간에도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예요. 이런 배경엔 전임 교수로 계신 조한혜정, 김현미, 조문영 교수님 세 분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사회 과학 대학에 속한 정치 외교학과는 정원이 85명인데 여교수님은 1명뿐이에요. 그런 만큼 유연하고 부드러운 우리 학과의 분위기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죠.
학과 내 소모임이나 동아리를 아직 많이 갖추고 있진 않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요. 올해 입학한 12학번 후배들은 음악에 재능이 넘치는 친구들이 모여 ‘문인 밴드’를 결성했죠.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서 학과의 동아리가 좀 더 다채로워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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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문화 인류학이 인간과 문화 전반을 폭넓게 아우르는 학문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배우게 되나요?

신한슬 1학년 때는 ‘문화 인류학이 과연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는 수업부터 듣기 시작하죠. ‘지구촌 시대의 문화 인류학’ 수업에선 처음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 하는 질문을 던져요. 그게 바로 우리가 ‘문화’로 여기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나아가 왜 그 현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고, 그게 과연 정말 자연스러운 건지 의문을 제기해요. 또 그런 인식으로 인해 누군가가 소외되지 않는지 되돌아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도 하죠.
2학년 때 듣는 ‘한국 문화 낯설게 보기’ 수업에서는 반대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친근하게 바라봄으로써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을 길러요. 문화 인류학에서 아프리카 오지의 문화를 연구하는 이유는, 세상에 이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낯선 문화에서 우리와 비슷한 보편성을 발견하려 하는 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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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채 그런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의 예는 어떤 게 있나요?

신한슬 북서부 아프리카 인디언 사회에는 ‘포틀래치’라는 의례가 있어요. 이것은 결혼이나 장례 같은 의식에 참석해 준 손님들에게 온갖 음식과 선물을 잔뜩 안기는 걸 말해요. 포틀래치를 통해 누군가에게 자기의 재물을 베푸는 건 그 부족 사회 구성원의 ‘의무’이고, 선물을 받은 자는 반드시 되갚아야 하죠. 이런 나눔의 문화는 화폐 경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무척 낯설게 보여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이와 비슷한 맥락의 문화를 찾아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친구들과 주고받는 생일 선물을 떠올려 보세요. 생일 선물은 얼핏 이윤을 계산하지 않고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내심 다가올 내 생일 때 그만큼 돌려받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2학년 수업부터 젠더, 가족, 종교 등 문화의 세부적인 이슈와 연구를 다루는 다양한 강의가 개설되어 있는데, 이런 수업에서 재미있는 케이스를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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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채 문화 인류학과 수업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죠?

신한슬 우리 학과의 수업은 이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교수님께서도 현장 실습을 강조하시고, 그에 따른 보고서를 자주 작성하죠. 강의를 듣거나 자료를 읽은 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짧은 글로 정리하고, 에세이를 쓸 때도 많아요. 토론은 형식을 갖추고 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편이고, 강의 주제와 관련한 액션 플랜(action plan)도 다양하죠.

차연지 액션 플랜은 어떤 활동인가요?

신한슬 학생들이 해당 주제를 연구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표한 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그룹을 지어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직접 시도해 보는 활동이에요. 기억에 남는 액션 플랜은 작년에 수강한 ‘성과 문화’ 수업에서 참여했던 ‘크로스 드레싱(cross dressing)’이에요. 이 수업에서는 여성 억압의 문제와 그에 저항했던 역사들을 공부하고,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주의가 남성을 더 억압하고 구별 짓는 문화를 알아보았죠. 크로스 드레싱은 이런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활동해 보기 위한 액션 플랜의 하나였어요.
이 활동에서 저는 남자 옷을 입고, 같은 조 남학생은 여자 옷을 입고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했는데, 남학생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여자 옷을 입으니까 “남자 옷을 입었을 때와 다르게 리더십 있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다소곳이 있어도 될 것 같다. 또 감정을 표현해도 될 것 같다.”라는 거예요. 그 친구가 평소 내성적인 자기 성격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꼈는데 그런 부담이 옷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는 거죠. 이 활동을 통해 남성의 옷이 남성성을 부여하고, 더 정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화보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 신문과 포털 사이트에도 소개됐는데 네티즌들 간에 옷과 남성 중심주의를 둘러싼 담론의 장이 열렸죠. 무척 재밌고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도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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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문화 인류학 전공에서는 실습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신한슬 우리 학과에서는 봄에 답사, 가을에 필드 워크(field work, 현지 조사)를 다녀와요. 답사는 2박 3일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올해는 경북 영주에 내려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모래 강인 내성천과 영주 댐을 둘러봤어요.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동했죠. 그런데 이곳이 4대강 정비 사업으로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친구들이 마음 아파했어요. 도시에 살면서 한강만 보고 자란 우리에게 강을 살리자는 외침이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막연히 “강을 ‘정비’하면 더 좋아지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름다운 강을 직접 보고 나니 그곳에 포클레인이 들어와 파헤쳐지고 배가 다니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불가능했어요.
올가을 필드 워크는 경기도 시화호 지역으로 다녀왔어요. 방조제를 쌓아 시화호를 만든 지 25년이 지난 현재, 그곳 사람들의 삶에 밀착해 현지의 생활과 문화를 심층적이고 총체적으로 살펴봤죠.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 지역의 빈곤화가 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막이 공사를 하기 전에 그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습지는 어땠는지, 정부 주도 사업으로 인해 이 지역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현지인의 시선으로 충실하게 파악하려고 했어요.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을 일을 직접 도우면서 그분들의 생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고요. 그런 뒤 학교로 돌아와 사후 스터디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죠.
답사와 필드 워크가 학과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데, 필드 워크는 3회 이상 다녀와야 졸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요. 이렇게 굵직한 일정 때문에 친목 도모를 위한 MT는 따로 계획하기 어렵지만, 이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공부하면서 더욱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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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채 앞서 설명해 주신 환경이나 젠더 등에 대한 문제처럼 문화 인류학은 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학문 같아요. 또 책을 통한 지식 추구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체험하고 알아 가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듯해요.

신한슬 다른 학과에 비하면 이론 수업의 비중이 크진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강의나 평가에서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할 때의 기본은 이론적 배경이나 설명이 바탕이 돼야 하니까요.

권은채 그럼 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치르죠?

신한슬 전공 책을 달달 외워서 답을 쓰는 형태의 필기시험은 거의 없어요. 교수님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활동 보고서를 쓰거나, 에세이를 작성하죠. 심층적인 활동 보고서는 20페이지 내외, 비교적 간단한 활동에 대한 분석은 10페이지 정도,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는 3페이지 정도로 제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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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문화 인류학 전공자는 졸업한 뒤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나요?

신한슬 우리 전공이 특정 직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학문은 아니에요. 하지만 문화와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모든 직업에 열려 있답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참여 관찰을 수행하고, 편견 없이 행위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지식을 구성하고자 하는 문화 인류학의 접근 방식은 어떤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죠. 구체적인 분야를 살펴보면 기자나 다큐멘터리 PD가 되어 언론계로 진출할 수도 있고, 국제 NGO에서 활동하거나 기업체에서 공익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어요. 또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자나 질적 연구 방법을 필요로 하는 연구자의 길도 있고요.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주 다양해요.

권은채 그럼 선배님은 어떤 꿈을 갖고 계세요?

신한슬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많아서 아직 고민 중이긴 한데, 환경 이슈와 관련한 유익한 사례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동기들을 보면 문화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갖고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고,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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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네, 오늘 많은 조언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학과 생활이 훨씬 더 재밌고 활동적인 것 같아요~! 오늘 새롭게 알게 된 ‘낯설게 보기’의 개념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문화 인류학과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요.

신한슬 문화 인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 인류학은 차이와 다양성에 주목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의 관념들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학문이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꼭 기억해 두세요!


<고교독서평설> 2012년 1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