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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서울대학교 - 미학과

서울대 미학과를 찾아서!
철학에 발 딛고 있으면서 예술의 다양한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이자,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의 걸출한 유명 인사들을 배출해 온 학과, 국내 대학 중 단 한 곳에만 개설돼 있는 전공, 바로 미학이다. 이런 학문의 특성상 미학에 호기심을 갖는 친구들은 많지만, 워낙 소수 인원이 진학해 그간 학과 생활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번 시간에는 서울대 미학과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해했던 독평 친구들을 대표해 박진아, 정지윤, 이수 학생이 나섰다. 재학생 선배들에게 직접 들어 본 미학과 생활의 모든 것, 그 생생한 이야기의 현장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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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충남 외고 2학년 박진아라고 합니다. 선배님들과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뻐요. 함께 온 친구들도 소개할게요. 저와 같은 학교 친구인 정지윤, 그리고 서산고 1학년 이수입니다.

기경서 반가워요.^^ 미학과 07학번 기경서라고 해요. 이쪽은 나랑 같은 4학년, 09학번인 김민지예요.

이수 선배님, 오늘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그럼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드릴게요. 미학은 철학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이름 자체만 놓고 보면 예술에 가까운 학문 같은 느낌이에요. 실제로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은 어떤가요?

기경서 먼저 한 가지 오해부터 풀자면, 우리 학과의 이름을 보고 예술학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학은 엄연한 철학이에요. 그래서 예술에 가깝냐 철학에 가깝냐를 따지는 건 부적절하죠. 미학은 감각과 예술에 수반하는 모든 ‘철학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에요. 우리 학과에서는 주로 철학자들이 저마다 예술에 대해 어떻게 얘기해 왔는지 알아보고, 글쓰기와 토론을 통해 그들의 사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쌓아 가는 연습을 하죠. 전공과목이 모두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수업을 따라잡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박진아 배경지식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기경서 역사와 세계사죠. 고등학교 교육 과정 정도의 이론적인 바탕을 탄탄히 갖춘다면 전공을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미학이 역사랑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역사적 사실들이 미학사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단적인 예로 산업 혁명이 있었기에 사회 발전과 더불어 예술이 한 차원 높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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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미학은 엄연한 철학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미학과가 철학과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경서 예술을 함께 다룬다는 점이죠. 우리 과 학생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철학을 좋아하면서 특히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음악이나 연극, 무용, 영화, 미술 등 관심 분야는 저마다 다르지만 예술과 철학을 함께 공부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이루죠.
큰 틀에서 보면 철학과와는 학문적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공 필수 과목은 다르지만 서로 학점을 인정해 주는 수업이 많은 편이에요. 두 학과 간에 미묘한 경쟁도 있고, 매년 11월엔 같이 축구 시합을 해요. 우리 과에선 ‘미철전’이라고 하는데, 상대편에선 ‘철미전’이라고 하죠.

이수 하하, 재밌어요. ‘연고전’ vs. ‘고연전’이 연상되네요.^^ 미학과의 전공 수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김민지 1~2학년 수업은 미학 원론, 미학사, 예술 철학, 동양 예술론 같은 이론 과목이 대부분이어서 교수님의 설명이 주를 이뤄요.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진 뒤 3~4학년으로 올라가면 토론 수업이 많아져요. 보통은 예술에 대한 코멘트가 있는 책 한 권을 교재로 쓰는데, 수업 전에 각자 그날 배울 내용을 미리 읽고 요약해 가죠. 강의 시간엔 교수님의 강독(講讀)에 이어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눠요. 그럼 교수님이 ‘그런 견해는 적절하다, 또는 아니다’ 하고 평해 주시죠. 미학과 공부의 80%는 토론과 글쓰기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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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아하, 칸트가 미학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인 줄은 몰랐어요! 선배님은 학과 공부를 할 때 어떤 점이 힘들거나 어려우세요?

김민지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전 독일어를 배우지 않았는데, 전공 공부를 할 때 독일 철학자들의 저작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거든요.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본도 너무 적은 데다 그마저도 오역이 많아서 매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께서 책의 오류를 지적하실 정도죠. 원문을 읽는 게 가장 좋은데, 늘 추상적으로 오역된 번역본을 읽으니까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그럴 때면 독일어를 전공한 외고 출신 동기들이 참 부러워요.

박진아 미학 공부엔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 도움이 된다는 말씀인가요?

김민지 그렇진 않아요. 영어는 산소 같은 거니까요.^^ 미학에서 독일 미학만큼이나 영미 미학을 중요하게 다루기도 하고,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책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어가 가장 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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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독일 미학과 영미 미학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경서 식물에 비유하면 독일 미학이 학문의 뿌리라면, 영미 미학이 여기에 가지를 뻗어 나갔다고 보면 돼요. 독일 미학의 특징은 고전적이고, 현대로 올수록 문화 연구 쪽으로 치중되는 경향을 보이죠. 이와 달리 영미 미학의 흐름은 점차 논리 철학이 돼 가고 있어요. 즉 예술에 대한 인식의 메커니즘을 기호화해서 분석하는 거죠.

이수 미학은 알면 알수록 정말 어렵네요.^^; 독일어로 인한 어려움 외에 다른 힘든 점은 없나요?

김민지 제 경우는 아니지만 철학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깊게 생각하고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학과 수업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모든 전공과목의 바탕이 철학인 만큼,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지 않으면 레포트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까요. 전공의 특성을 즐기고 좋아해야 잘할 수 있는 건 다른 전공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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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레포트의 주제는 주로 어떤 것들이죠?

김민지 대부분 포괄적인 주제가 주어져요. 예를 들어 ‘예술에 대한 레포트를 하나 제출해라.’라고 하시면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잡아서 제출하죠. 이번 학기에 가장 고심하고 있는 레포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예술 작품을 정하고 그게 왜 예술인지를 논하라.’는 주제인데, 이걸 어떻게 풀어 나가면 좋을지 골똘히 생각 중이랍니다. 간혹 읽기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시는 교수님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죠.

박진아 아까 글 쓸 일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로 많은 건가요?

김민지 거의 매 수업마다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글쓰기나 요약문 작성이 주어져요. ‘자신의 일상 속에서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논하시오.’라는 과제가 나오면 2만 자 정도로 논설문을 쓴다고 생각하면 돼요. 미학과에 오면 이렇게 글을 써서 제출하고, 첨삭 받는 일을 밥 먹듯 하죠. 신입생 땐 참 쉽지 않았는데 그동안 많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이젠 글쓰기가 제 강점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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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저는 미학과에도 관심이 많은데, 미술을 직접 할 수 있는 미대에 가고 싶은 마음도 커요. 이제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인데 이 가운데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니 정말 고민스러운 거 있죠?

김민지 저도 어렸을 때부터 회화 쪽에 관심이 많아서 미대와 미술사학, 미학 가운데 어느 학과를 택해야 할지 고민했었어요. 미대는 실기에 자신이 없어서 단념했고, 남은 두 학과를 찬찬히 비교해 보니 저는 미학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미술사조나 개별 작품의 작가, 연도 등을 필수적으로 줄줄 외워야 하는 미술사학과 달리, 미학에서는 특정 작품이 미술사에서 어떤 철학적 변화를 이끌어 냈는지에 더 주목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워요.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의 미술사적 성과를 논할 때, 미술 사학에선 늘 ‘대량 생산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잘 반영한 미술가’로 이야기돼요. 반면에 미학은 이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철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 무척 재미있죠.

이수 아~ 그런 차이가 있군요. 혹시 미학과에 입학해서 회화를 복수 전공할 수도 있나요?

김민지 그럼요. 대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서 합격해야 해요. 동기들을 보면 미대나 음대 작곡과, 외교학과, 철학과, 경영학과, 사범대 등 각자 관심에 따라 복수 전공을 다양하게 택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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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미학과 졸업 후 진로는 어떤가요?

김민지 경서 선배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구자가 되어 학계에 남으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취업을 하죠. 졸업한 선배들을 보면 학과에서 쌓은 내공을 발휘할 수 있는 광고나 패션, 미디어 기업, 문화·예술 관련 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편이에요. 방송사 PD, 큐레이터, 공연 기획자로 활약하는 선배들도 있고요. 작곡가로 활동하는 방시혁 씨처럼 자기가 평소 관심 있었던 예술 분야를 파고드는 경우도 있고요. 좀 더 윗학번으로 올라가면 여러분도 잘 아는 김지하 시인, 유홍준 교수, 정치 평론가 진중권 교수 등 많은 선배들이 문화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