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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홍익대학교 - 건축학과

홍대 건축학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건축학과의 역사는 1954년부터 시작합니다. 그때는 ‘건축 미술학과’라는 이름으로 미대 안에 속해 있었죠. 지금은 ‘건축’ 하면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고작해야 미술의 한 부분 정도로 인식됐고, 개념도 분명치 않았죠. 그러다 보니 지원하는 학생들도 ‘건축 시공’과 뭐가 다른 건지 잘 구분하지 못했고요. 사실 우리 건축학과가 5년제로 전환된 때도 2002년이니까 비교적 최근인 셈이에요.
아, 왜 5년제가 중요한지 잠깐 설명할게요.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전문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건축가 자격시험’에 합격해서 면허증을 받아야 해요. 그런데 이 시험을 보기 위한 자격을 갖추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한 경우에는 3년간 실무 경험을 쌓으면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그러니 5년제 건축학과는 전문 건축가 양성 기관이라는 의미가 있는 거죠.
우리 과가 단과대로 전환된 건 2006년이에요. 그때부터 건축 대학으로 독립해 건축학과와 실내 건축학과를 운영하고 있죠.


건축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사실 원래 꿈은 과학자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크면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망한 대학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진학이 어려워졌고, 사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건축학과였어요. 그래서 건축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과 만나면 어색하기도 하고, 대화를 어떻게 이어야 할지 뻘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학기가 시작하자 벌어졌어요. 건축과 수업에서 쓰는 용어들이나 다뤄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들, 교수님들이 이야기하는 유명한 건축가들의 이름이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리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던 게 모두 쓸모없는 지식이 되어 버린 거죠.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난감했죠.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작업실이에요.

작업실이라면 동료들과 함께 쓰는 공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하지만 함께 쓰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책도 읽고 세미나도 하는 모임을 일러 ‘학회’라고 하잖아요? 우리한테는 작업실이 그런 개념이에요. 제가 속해 있는 작업실 이름은 ‘archihong’이에요. 학번이 제일 높은 선배가 80학번이니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죠. 이 작업실을 처음 만난 건 ‘예비 대학’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어요. 다른 과에서는 아마 세미나, 소모임 등을 소개할 텐데 저희 과는 작업실을 소개해요. 작업실 멤버들이 나와서 우리 작업실의 특징은 뭐고 역사는 어떤지 설명해 주는 거죠.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과연 내가 진로를 잘 선택한 건가 한참 고민할 때 작업실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이런 말이에요. ‘건축을 배운 사람은 다른 분야에 가서도 금방 일할 수 있지만, 거꾸로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 건축을 금방 할 수는 없다.’라는 얘기요. 그 말에 묘하게 설득되더라고요. 내가 앞으로 배울 과정이 뭔지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지만, 어쨌든 다른 과와 차이점은 분명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생각 안 하고 열심히 건축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건축학과에서는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지 궁금해요!
우리 과의 핵심적인 수업은 ‘설계’예요. 다른 수업들은 모두 이 설계를 위한 보조 과목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죠. 다른 과목 학점이 보통 1~3학점이라면, 설계 수업은 무려 5학점이나 되거든요. 수업 시간도 거의 하루 종일이에요. 시간표상으로는 2~5교시까지지만, 실제로는 기본으로 밤 12시를 넘겨요. 자정이 되면 학교 건물 문을 수위 아저씨께서 모두 잠그시는데, 그전에 후다닥 짐을 챙겨서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요. 이런 식으로 밤새워 과제하고, 과제하면서 밤새우는 상황을 5년 동안 반복하는 거죠. 이렇게 공부하면 고단하고 힘든 건 맞아요. 하지만 설계라는 게 워낙 빈틈없이 꼼꼼한 작업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단련되지 않아요. 설계란 삶을 꾸리는 터전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 설렁설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사실 학교 과제를 할 때는 가끔 꾀도 부리고, 말도 안 되는 설계안을 내놓기도 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죠. 한 치의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학 시절에 빡빡한 과정을 해낸 게 현장에 나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럼 설계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히 소개해 볼까요? 우선 건물을 어느 지역에 세울 건지부터 정하는 게 순서예요. 장소를 결정하면 실제 답사를 나가 그 지역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학교 주변 지역을 선정하게 되는 일이 많았죠. 저는 친구와 둘이서 홍대의 한 거리를 선정해 캠코더를 들고 하루 종일 지나다니는 사람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거리 풍경을 촬영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선정한 지역의 특성과 장단점을 분석했죠. 이 작업을 ‘대지 선정’이라고 해요.
대지 선정이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도면과의 씨름이에요. 내가 계획한 설계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도면과,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필요하답니다. 도면에 ‘OK’를 내 주는 분이 지도 교수님이시니, 사실 그분을 설득하는 과정이죠. 이 거리에는 이런 목적을 가진 건물이 잘 어울리고, 그 건물의 외형은 이래야 한다는 걸 다들 열심히 주장해요.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고객들과 만나면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목적을 구현하는 데 걸맞은 건축물을 고안해야 해요. 그걸 미리 연습하는 셈이죠. 그래서 교수님들도 허황된 계획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비판하고 퇴짜를 놓으세요. 그럼 다음 주까지 그 과제를 다시 해 와야 한답니다. 그날 수업에서 나온 새로운 과제와 함께요. 그래서 한두 번 퇴짜를 맞으면 그 다음부터는 과제량이 거의 치사량 수준이랍니다.
이렇게 몸은 고되고 힘들지라도 내가 원하는 건물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구현해 설득시켰을 때 얻는 짜릿함이 있어요. 이 짜릿함이 수업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마 이런 매력 때문에 길고 고단한 건축의 길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으세요?
얼마 전에 졸업 전시회를 했어요. 그때 선보인 계획이 제 생각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사례로 설명할게요. 건축에서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하는 게 대지 선정이라고 했죠? 대지를 선정할 때는 건축가들이 저마다 두는 가치가 반영돼요. 저는 ‘문화’를 담는 공간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많았으면 해요. 낡은 것은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의미 있는 장소도 마구 밀어 버리는 일들이 많잖아요. 아무리 허름하고 겉으로는 볼품없는 장소라 해도, 그곳엔 사람들의 삶이 있고 도시의 역사가 배어 있죠. 그렇게 보면 어느 하나 험하게 다룰 수 있는 장소가 없어요. 저는 이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살리고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선정한 대지가 인천 배다리랍니다. 옛 모습을 간직한 풍경과 즐비한 헌책방 골목으로도 유명한 곳이죠. 지도상으로 말하자면 인천 동구 금창동과 송현동, 창연동 일대를 말하고요. 동네 이름이 좀 특이한데 그에 얽힌 이야기 있어요. 19세기 말까지 바닷물 길을 따라 작은 배들이 철교 아래까지 드나들었다고 해서 ‘배다리’라고 불렸다고 해요.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배다리로 답사를 갔는데, 홍대 근처에서만 생활했던 제게는 새로운 풍경이었어요. 유난히 덜컹거리는 국철 열차도 그렇고, 역에 내려 골목을 걸으면 보이는 오래된 건물도 그랬죠. 100년이 넘은 초등학교와 교회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 역시 참 생소했어요. 배다리는 동인천 주변 개발과 산업 도로 건설 때문에 존폐 위기에 처해 있어요. 여기 사는 주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지를 생각하면 그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오래된 도시의 역사가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배다리 문화를 담은 ‘배다리 역사 문화 센터’를 계획했죠. 오래된 도시의 향취를 새 세대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자는 목적으로요. 작업은 즐거웠지만 이 계획이 그저 ‘계획’으로 끝나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내내 무거웠습니다.
건축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배다리 마을에 꼭 가 보세요. 멋지고 아름다운 고층 건물만이 건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배다리 마을의 곳곳에는 이 마을의 역사가 계속 되길 바라는 문화 예술인들의 벽화가 가득해요.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이라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아름다운 벽화로 배다리 마을이 젊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거죠.

혹시 존경하는 건축가가 있나요?
‘렘 콜하스’라는 건축가가 있어요. 2004년에 서울대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랍니다. 또 ‘NVRDV’의 작품도 좋아해요. 이 두 건축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각자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만큼 아주 다양한 매력이 있답니다. 같은 사람이 작업한 결과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거든요. 인터넷에 이 두 사람의 작품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들의 작업은 정말 ‘새로움’ 그 자체예요. NVRDV가 노인을 위해 작업한 노인 주거 단지 건물을 한 번 찾아보세요. 누가 노인을 생각하며 이런 건물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보통 노인 전용 공간은 차분한 분위기에 중점을 두게 마련인데, NVRDV는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 실제로 살아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새로운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설계로 구현하는 능력. 그 점이 존경스러워요.


졸업 후 계획은 어떤지 궁금해요.
지금은 시공 회사 입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회사에서 일을 하면 배우는 것도 많을 테고, 다양한 고객을 만나 작업하며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와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이 70명 정도 되는데 대체로 세 가지 진로로 나뉘어요. 취직하는 친구들은 저처럼 시공 회사 쪽과 설계 사무소로 가는 친구들이 있고요, 나머지는 공부를 더 하려고 유학을 떠나죠.
어느 쪽이 더 좋은 길이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건 따로 없어요. 건축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면, 이 분야 안에서 자기 적성에 잘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게 현명한 거죠. 유명한 건축가들을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나타내 이름난 경우는 드물어요. 자기 분야에서 착실히 노력해 갈고닦은 능력을 어느 순간 쏟아 낸 사람들이 많죠.
저는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문화 커뮤니티 공간에 관심이 많아요. 열심히 일하는 것뿐 아니라, 도시와 건축을 보는 눈을 계속 키워 언젠가는 이런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 꿈이 장기적인 제 계획이랍니다.

건축학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입시에 관한 이야기는 저보다 여러분이 훨씬 잘 알고 있을 테니,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아마 건축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건축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미지를 그리고 있을 거예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멋지고 부유한 건축가라든지, 테이블에 도면을 가득 쌓아 놓고 고민하는 열정적인 건축가 등이 있겠죠. 또는 많은 돈을 벌 거라고 내심 기대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건축가들은 그리 많은 돈도, 명예도 얻기 힘들어요. 5년의 고된 학과 과정을 마치고 나면 실무에 투입돼 정신없이 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건축이 무엇인지 잊은 채 그저 삶이 고달프다고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무시무시하죠?
그래서 저는 건축이라는 분야에 뛰어들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철학과 예술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어요. 내 안에 건축에 대한 분명한 지향점이 있어야 훌륭한 건축가로 거듭날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그때그때 해내는 데 허덕이게 되죠. 제가 말하는 건 커다란 노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건축과 관련된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작가의 전시회에 가 보는 거예요. 건축학과 학생들의 전시회에 가 봐도 좋고요. 재기발랄하고 과감한 설계를 볼 수 있거든요.
제가 추천하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에요.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는 관점으로 건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미있게 쓴 책이죠. 건축학과를 지망하는 후배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열심히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예비 후배님들, 건축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멋진 건축학도로 거듭나길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