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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 영어 통역 번역학과

외대 영어 대학 통·번역학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통·번역학과는 2006년에 출발해 올해 4년이 된, 아직 푸릇한 과야. 얼마 전에 첫 졸업생들이 나왔고 이제 나와 내 동기들이 졸업을 준비하고 있어. 원래 이전 영어 학부에는 통·번역과 관련된 부분이 없었어.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 만들어졌지. 아마 우리 과는 몰라도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아는 친구들은 많겠지? 그만큼 대학원의 유명세가 대단한데, 여기서 강의하고 계신 교수님들 대부분이 우리 과 수업을 책임지고 계셔. 대학원이 유명한 이유는 실제로 통·번역 활동을 하신 분들이 교과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해. 우리는 이런 분들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하고 있지. 아무래도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보니 수업도 실전을 방불케 하거든. 그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해 줄게!

통·번역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리 식구들은 아버지 일 때문에 가족 모두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았어. 나도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외국에 있었고, 그때는 막연히 디자인이나 패션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 미대를 가려고 했는데, 입시 사정을 보니 미대를 가기 위해서는 ‘입시 미술’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거야! 충격적이었지. 입시 미술이라는 문화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 그렇게까지 해서 미대에 가고 싶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에 주변 사람들이 이런저런 부탁을 해 왔어. 내가 영어권 나라에서 오래 살다 왔으니까 영어 과외나 간단한 통·번역 같은 걸 부탁받는 일이 많더라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흔쾌히 도움을 드렸는데, 하면서 즐겁다는 느낌이 확 오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을 돕고, 또 그 사람들이 만족하고 고마워하는 걸 보면서 ‘와, 정말 기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진로도 이런 쪽으로 고민해 보자고 마음먹고 여기저기 대학을 찾아봤는데, 이 분야에서는 외대가 단연 독보적이더라고.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지원했고, 교과 과정도 듣던 것만큼 탄탄해서 지금 무척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통·번역학과에서는 어떤 내용을 공부하나요?
우리 과 이름이 ‘통·번역’학과잖아? 그만큼 교육 목표가 분명해. 통·번역 전문가를 길러 내는 거지. 모든 수업이 이 목표에 철저히 맞춰져 있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교수님들이 통·번역가로 활동하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수업을 이끌고 계셔. 우리 과에서 배우는 주요 교과 과정 가운데 하나는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비즈니스 영어’야. 영어 글쓰기, 프레젠테이션, 주제 토론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지지. 회사에서 영어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은 외국 담당자와 통화하는 일부터 각종 영어 문서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작성하는 일, 국제회의 같은 자리에서 내가 속한 회사의 계획을 멋지게 발표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되거든. 그런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수업들이야.
‘통·번역 수업’이라는 커리큘럼은 실제 번역과 통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야. 번역은 사전 보면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 만약 그런 식으로 번역을 한다면 ‘말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단어장만 남을 거야. 친구와 대화할 때를 한번 떠올려 봐. 그럴 때 이야기의 목적은 그저 정보만 전달하려는 게 아니잖아? 같은 말을 해도 ‘뉘앙스’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게 언어야. 예를 들어 좋은 조언을 해 준 친구에게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몰아붙이는 사람에게 이제 듣기 싫으니 그만하라는 의미로 ‘알았다’고 할 때가 있지? ‘알았다’는 같은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잖아? 이렇게 그때그때 다른 말맛을 최대한 정확하고 맛있게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통·번역가야.
말맛을 살리는 통·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 다양한 분야의 상식이 있어야 해. 만약 소설을 번역한다면 그 작가가 어떻게 작품을 쓰는 사람인지도 연구해야 하지. 그래서 우리는 ‘국제 관계 이해’, ‘영미 문화의 이해’, ‘영미 지역 시장 연구’ 같은 수업도 함께 듣고 있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기억에 남는 수업은 참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발표 수업을 잊을 수가 없지! 우리 과 동기들은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이렇게 날고 기는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하는 것도 가뜩이나 부담스러운데, 교수님께서 갑자기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라는 거야. 새 학기 첫 수업이었거든. 갑작스러운 것도 그렇지만, 내 영어 실력을 평가당할 생각을 하니 진짜 ‘부담 백배’였어. 내가 자기소개를 하면 친구들이 그에 대한 평가 노트를 쓰는 식이었거든. 장점과 단점을 적어 나한테 주는데 뼈아픈 말도 있고 ‘쪽팔리는’ 말도 있었어.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자책도 많이 했지. 영어 실력만이 아니라 발음, 눈빛, 동작 같은 것까지 지적 받았거든.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끊임없이 발표 수업을 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르바이트, 자원봉사, 인턴을 하면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분위기도 대체로 이렇거든. 바로바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게 일반적인데 만약 내가 그때 아무 경험이 없었다면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수업들에서 훈련한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지.

그동안 했던 통·번역 활동 이야기 듣고 싶어요!
2009년에 서울에서 ‘C40 세계 도시 기후 정상 회의’가 열렸어. 전 세계 80개 도시의 시장들, 고위 관계자, CEO 등이 모여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였지. 여기에 우리 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자원봉사 활동이 기억에 남아.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 외부 활동이기도 했고, 세계적인 행사에서 활동한다는 게 뿌듯했거든. 그 뒤에는 캐나다 유학 박람회에서 자원봉사를 했어. 유학을 떠나려는 사람들과 현지 학교 관계자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일이었지. 이런 행사는 보통 1:1 상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역사들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그런 점에서 도움을 많이 드릴 수 있어서 기뻤어.
올해도 무척 바빴어. 우선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 교육 대회’가 있었지. 이 행사는 정부 기관, 지방 자치 단체, 교사, 예술가, 연구자, 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서 문화 예술 교육 모범 사례를 나누고 배우는 자리야. 광주에서 열렸던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 광주’ 행사도 즐거웠어. 아시아에 포함되는 다양한 나라들의 전통 문화와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거든.
하지만 가장 특별했던 일은 얼마 전까지 했었던 인턴 활동이야. 삼성 SDS와 독일 기업 ‘BOSCH’가 함께하는 사업에 필요한 영어 업무를 했는데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 통역사로 일하며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뿌듯함을 압축적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얻어서 그때 만난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있어.
실제로 일을 해 보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업무가 무척 많다는 것에 놀라게 돼. 그런데 통역사는 ‘통역기’가 아니기 때문에 입력과 동시에 산출하기란 사실 어려워. 물론 경력이 많은 분들은 거침없이 해내실지도 모르지만, 초짜 통역사에게는 참 힘들더라고. 하지만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라면 일을 바로 해내는 순발력이 중요하잖아? 이런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현장의 긴장감을 몸에 익힐 수 있어서 좋았어.


영어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법을 소개해 주세요.
영어 공부는 매일매일 해야 해. 꼭 문제집을 풀거나 문법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매일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영어 실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생각하는 영어 공부법은 ‘재미’를 중심에 둔 거야. 우선 영어로 된 책 읽기를 추천해. 책을 고를 때는 영국 작가들이 쓴 작품 위주로 골라 보는 게 좋아. 상대적으로 영국 사람들이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거든. 이왕 읽을 거니까 새로운 단어도 많이 익힐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하지만 너무 어려운 책을 고르지는 마. 영어 공부는 ‘성취감’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야 공부에 도움이 되잖아.
처음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도 좋을 거야. 어린이 책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친구들이 있을 텐데, 이 책에는 고급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표현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어. 드라마 가운데서는 〈가십 걸〉을 추천해. 상류층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부류에서 쓰는 ‘고상한’ 표현들을 접할 수 있거든.
통·번역가는 ‘말’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표현에 익숙해져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해. 통역사가 국제회의에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데 힙합 언어를 쓴다면 어울리지 않겠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금 내게 필요한 표현, 지식 등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즐겁게 영어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좋은 통·번역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통·번역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으레 ‘영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절대 아니야. 우리 과에 입학한 친구 가운데 영어를 잘 못하던 친구가 있었어. 한국에서만 살았으니까 사실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수능 영어 성적이 좋아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건 별개잖아. 그런데 입학 초에 영어로 말하는 걸 힘들어하던 이 친구가 1~2년이 지나니까 영어 실력이 엄청나게 성장한 거야. 영어 프레젠테이션 하는 걸 듣다가 깜짝 놀랐어! 원어민 같지는 않더라도 영어를 정말 ‘시원하게’ 잘하더라고. 영어는 노력하면 반드시 유창해져. 또 우리 과처럼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곳은 더 그렇지.
그렇다면 통·번역가의 실력이 벌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바로 ‘한국어’ 실력이야. 영어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통·번역가의 자질을 가졌다고 할 만큼, 우리말을 잘 쓰는 건 핵심적인 자격 조건이야. 통·번역가가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봐. 한국인들에게 말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잖아? 그런데 한국어 문법에 취약하거나 알고 있는 단어가 너무 적을 경우,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좋은 통·번역가란 영어를 쓰는 사람이 하는 말을 한국인이 듣기 편하게 전달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말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

통·번역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통·번역가는 ‘창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 주고, 이런 만남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니까 창문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그런 만큼 통·번역가들에게는 ‘열린 마음’이 필요해. 새로운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반갑게 맞아야 하거든. 닫힌 마음으로 이 일을 한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즐겁게 일하기는 어려울 거야. 나와 다른 점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에게 소개를 잘할 수 없겠지? 그러니 포용력을 가지고 소통하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태도를 기른다면 참 좋겠어.
통·번역가들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고소득자’들이라는 거야. 뭐, 그런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모든 통·번역가들이 그렇지는 않아.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사람의 경우에는 아주 적은 임금을 받을 때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버는 ‘럭셔리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어.
우리 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어 공부가 중요할 테니까 몇 가지 조언을 조금 더 할게. 매일 하루 한 시간 이상 영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미루지 말고 해야 해. 영어 뉴스를 보면 좋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미드’를 봐도 돼. 화면을 보면서 주인공들의 대사를 계속 따라해 봐. 그러면 좋은 발음을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되거든. 흉내를 내다 보면 어느새 자기 발음이 많이 교정되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 거야.
우리 과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영어 에세이를 쓰는 숙제가 많아. 한국어 과제는 잘하면서도 영어 에세이 과제는 괴로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아마 영어로 된 책을 거의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거야.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이 글을 잘 쓴다는 건 진리잖아? 영어에서도 그 진리는 변하지 않아. 그러니 즐거운 대학 생활과 멋진 미래 모습을 꿈꾸면서 지금부터 꾸준히 노력하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