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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고려대학교 - 역사 교육과

역사, 지루할 거란 편견을 버려!
학창 시절, 수학이나 영어보다 나를 더 괴롭히던 과목이 있었다. 국사, 세계사 같은 암기 과목은 그 이름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던 것이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이어지는 조선 왕조의 업적이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이 체결된 외교 조약들의 내용과 연도를 정확히 기억해 내는 건, 내가 가진 뇌 용량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밤새워 공부해도 늘 형편없는 국사 성적표를 받아 보며, ‘대체 이런 걸 알아서 어디에 써 먹겠어.’ 하는 ‘삐뚤어진’ 마음을 품기도 했다.
그렇게 역사학은 ‘곰팡내 풀풀 나는 고루한 학문’이라는 반항 어린 생각을 굳혀 가고 있을 때, 다행히도 내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전형적인 역사 선생님으로 보이는 그분은, 수업 시간이면 제일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침을 튀겨 가면서 우리를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데려다 주셨다. 고백하건대,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민비 시해 사건은 (약간 과장을 섞어) 뮤지컬 〈명성왕후〉만큼이나 극적이었다. 또한 역동적인 근현대사 이야기는 ‘국사는 지루해!’란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숴 주었다. 물론 이후에도 국사 시험에서 강화도 조약이 1876년이었는지 1878년이었는지 헷갈려 하다 마지막 ‘6’과 ‘8’을 애매하게 그려 내곤 했지만, (과연 정답은 뭘까요?^^) 한국사의 큰 흐름을 살피는 안목이 생긴 것 같아 내심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국사는 수능 시험에서마저 나를 좌절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그 과목이 지루하지도 않을뿐더러, 시험이라는 압박 없이 역사 교양서를 즐기게 되었다. 그때 역사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신 고등학교 은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국민 드라마인 〈선덕 여왕〉조차 지루하게 보고 있지 않았을까?
이번 시간에는 학창 시절의 기자처럼 역사책을 보면 졸음부터 몰려드는 학생들을 흥미롭고 실감 나는 역사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다는 고려대 역사 교육과 차지환 학생(06학번)을 만나 보았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역사도 재밌어질 수 있다!
선배님, 궁금해요~
Q. 고려대 역사 교육과은 어떤 곳이에요?
(차지환) 우리 과는 우수한 역사 교사 및 관련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1984년에 문을 열었어. ‘역사 이론,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등 전통 역사학은 물론 ‘역사 교육론, 역사 교재 연구 및 지도법’ 등의 교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권위 있는 교수님들이 모여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지. 또 2000년부터는 일반 대학원 교과 교육학과에도 역사 교육학 전공을 신설하여 전문성을 더해 가고 있단다. 매년 수시와 정시 모집을 통해 30명 정도의 신입생을 뽑고 있으니, 평소 우리 과에 관심을 가졌던 학생이라면 오늘 내 얘기에 주목해 주길 바랄게. (웃음)

Q. 고려대 역사 교육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차지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고등학교 때부터 역사 과목을 좋아했어. 고3이 되어 학교에서 지망 대학과 학과를 써 내라고 했을 때, 적성과 흥미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니 ‘역사 교육과’라는 결론이 나왔지. 사실 나도 암기 과목에 강하지는 않아. 심지어 수능에서도 다른 영역은 모두 1등급을 받은 반면, 사회 탐구 영역만은 2등급을 받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사실 역사란 게 따지고 보면 ‘옛날이야기’잖아.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디 있겠니? 문학 작품이 서사적 필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듯, 역사도 각 사건과 사건 사이에는 인과 관계라는 연결 고리가 촘촘히 엮여 있어. 예를 들어, 18세기에 발생한 프랑스 혁명은 절대 왕정 사회에서 몽테스키외, 루소 등이 주창한 계몽사상 등에 자극받은 부르주아와 민중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필연적 사건’이야. 이로써 역사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이 주체가 되는 근대 사회로의 길이 열렸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던 역사학자 E. H. 카의 말도 이해가 될 거야.
〈선덕 여왕〉, 〈허준〉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했던 인물을 바탕으로 한 사극이 인기 몰이를 하는 것만 봐도, 역사에는 분명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어. 물론 최근에는 이런 사극의 허구적 색채가 갈수록 짙어져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만큼은 긍정적 요인을 찾아볼 수 있지. 나 역시 교단에 서기에 앞서 역사를 재밌게 가르치는 방법을 골똘히 연구해 보곤 하거든. 드라마적 요소는 최대한 살리되, 철저한 역사적 고증에 따른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면, 이보다 좋은 역사 교육법도 없을 거야.

“사실 역사란 게 따지고 보면 ‘옛날이야기’잖아.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디 있겠니?”

Q. 역사 교육과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워요?
(차지환) 다들 알다시피 한국사·중국사·일본사·서양사 등 역사 전반에 대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배워.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나부터 정확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니까. 게다가 한국사만 해도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등으로 나뉘어 있어 공부할 범위가 방대하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염두에 두고 역사의 흐름을 잘 좇아가기만 하면 수업이 어렵지만은 않을 거야. 또 이들은 모두 ‘전공 선택’일 뿐이니까, 본인의 필요와 흥미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도 있지.
최근에는 ‘역사’는 물론이고, ‘교육학’에 비중을 둔 전공과목도 늘어나고 있어. ‘한국사〔세계사〕 교재 연구 및 지도법’이라는 수업에서는 한국사 또는 세계사 교육의 주요 교재를 검토하고, 역사 교육 방법에 대한 이론과 현장에서의 활용 사례 등에 대해 생각해 봐. 자기가 많은 것을 안다고 해도 제자들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지 못하면 말짱 ‘꽝’이니까. 2008년에는 교육 과학 기술부에서 일부 역사 교과서에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수정 권고를 내려 논란이 됐었지. 이는 어떤 선생님에게, 어떤 교재로,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역사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례야. 그만큼 교재의 내용이나 방향이 중요하단 증거지.
역사란 객관적인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냐고? 천만에! 사실적인 뉴스를 다루는 신문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춰 기사를 재편성하기도 하듯, 교재의 저자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그 책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시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야. 결국 정부의 의도대로 학생들의 역사관을 조정하려 한다는 건, 민주주의 시대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긴 해.
참, 최근에는 ‘서양 문화사’라는 과목을 참 재밌게 듣고 있어. 말 그대로 서양 일반 시민들의 문화를 검토하여 그 개별성과 일반성을 통틀어 연구하는 수업이야. 보통의 역사 자료들은 왕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것이기에 한쪽에 치중된 편협한 시각을 갖게 마련인데, 하층민들이 남긴 문학 작품, 서신, 복식 등의 자료를 연구해 보면 그 시대의 생생한 문화를 알 수 있지. 계몽사상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는 유명한 사상가들의 작품보다 삼류 사상가(?)들의 책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거란 전제 아래 그 당시의 시대상을 조망해 보고 말이야. 그래서 이러한 문화사 연구 방법론을 ‘아래로부터의 역사’라고도 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로부터의 역사’에 비해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거지.

Q. 고려대 역사 교육과만의 장점을 꼽아 주세요.
(차지환) 교실에서만 이뤄지는 수업은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할 거야. 그런데 우리는 일 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 걸쳐 실제 역사의 현장으로 정기 답사를 떠나. 답사 지역은 해마다 다르지만, 신라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널려 있는 경주나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 등으로 가곤 해. 낮에는 유적을 둘러보며 그와 관련된 역사적 설명을 듣고, 당연히 밤에는 선후배, 동기들 간에 정을 쌓는 친목 도모의 장이 마련되지. 올해 가을 답사는 어딜 다녀왔냐고? 신종 플루 때문에 답사 여행이 취소돼서, 흑, 대학 생활 마지막 답사 여행의 꿈도 멀리 날아가 버렸어.
최근에는 해외 교생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해 중국·일본·인도네시아에서 교생 실습을 하는 학생도 있어. 사범대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교생 실습을 마쳐야 하는데,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 뜻깊은 경험을 해 보는 거야. 난 내년에 교생 실습을 나갈 예정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역사 교육과의 친구들,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 우리 과는 상대적으로 정원이 적어서,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서로 잘 챙겨 주는 편이야. 수업을 듣거나 점심을 먹을 때, 혼자서 고독을 씹을 걱정이 없다면 유치하다고 하려나. (웃음) 최근에는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다들 군대에 가서 좀 외롭기도 하지만,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들과 여자 동기들이 나름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고마워. 근데 이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꼭 후식을 사 달라고 졸라서, 나의 주머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야. 흠…….

Q. 학교 생활 중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차지환)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 학회 등에 열심히 참여했어. 풍물패에서는 열심히 장구도 치고, 꽹과리도 두들기며 우리 가락의 흥을 온몸으로 느꼈고, ‘문화 연구회’에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가운데 하나인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살펴봤어. 매주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 학회를 준비하면서, 지식이 쌓여 가는 만큼 사회를 보는 눈이 더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학교 담장 너머에서도 이런저런 봉사 활동을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체험해 봤어. 특히 매년 농활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노력했지. 지난해에는 충북 음성에서 배 농사를 도왔고 올해에도 같은 지역으로 농활을 갔는데, 이번에는 면장님께서 들에 나가 피(볏과의 한해살이풀) 뽑기를 도와 달라고 하시더라. 우리가 작년 배 농사를 망친 건 아닌가 걱정이 됐지만,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겠더라고. (웃음) 그래도 다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만은 그분들도 아실 거라 믿어.
그 밖에 ‘지역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어. 지역 학교란 지역 사회와 학생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와주며 함께 생활하는 학교를 말해. 이곳에서는 방과 후 학습, 예절 교육, 체험 활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는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학생들도 제약받는 부분이 많지만, 지역 학교에서는 예비 교사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어. 예를 들어, ‘조선 시대, 노비가 양반을 살해했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역할극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살펴보는 거지. 어때? 역사 공부가 재밌어질 것 같지 않니?
또 나는 문화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중 전공으로 사회학을 택했는데, 교사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많이 얻고 있어. ‘범죄 사회학’ 같은 수업에서는 청소년의 비행을 다루기도 하는데, 나중에 제자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 학회 등에 열심히 참여했어. 학교 담장 너머에서도 이런저런 봉사 활동을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체험해 봤단다.”

Q. 졸업 후에는 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하나요?
(차지환) 대부분이 중·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근무하는 것 같아. 나도 이제 졸업반이라 주위에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지. 그런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사범대 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의 길’을 택하는 건 아냐. 다들 교사가 되고 나서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역사를 재밌게 가르칠까?’를 골똘하게 연구하지. 두고 봐. 몇 년 안에 단순히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을 하기보다, 다양한 부교재나 매체를 활용해 역사를 재밌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교에 넘쳐날 테니까.
학사 과정에서는 국사, 세계사의 전반적인 지식을 훑어보는데, 한국 고대사, 중국 중세사 등 전문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해. 또한 역사의식과 교육자적 자질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연구소, 박물관에 자리를 잡거나 기업체, 언론계, 출판계 등에서 활약하는 선배들도 있어.
아직은 공부를 더 해야겠지만, 언젠가는 역사 교재 개발에도 참여해 보고 싶어. 현재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긴 하나,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들의 관점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 수업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은 보완되었으면 하거든. 외부의 침략은 야만의 역사라 비판하면서도 광개토대왕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민족주의적 시각의 한계도 넘어서 보고 싶어. 임나일본부설, 동북 공정☞check!처럼 서로 전혀 다른(?) 역사관을 주장하는 일본, 중국과 공통 교과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색다른 시도가 되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고교독서평설〉 독자들에게 한마디만 해 줄세요!
(차지환) 고교 시절, 매달 어김없이 찾아오는 독평을 대충 훑어본 뒤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대입에서 논술·면접 고사를 앞두고 꼼꼼히 읽어 보기 시작했어. 그런데 내가 놓쳤던 내용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고등학교 3년 동안 모든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밀리지 않고 본다면, 분명 독평에서 얻어 가는 게 배로 늘어날 거야. 이 밖에도 독평에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가 소개되면, 꼭 찾아서 보길 바랄게.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앎의 즐거움을 충족하기 위한 공부를 해 보는 건 어떨까.
☞check!
임나일본부설과 동북 공정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 왜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진출하여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府)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하였다는 주장이야. ‘동북 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동북쪽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를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