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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생생한 진학 정보 속에 내 미래가 보인다!

서울대학교 - 고고미술사학과

생각해 보자! 과거로의 시간 탐험
지난해 영화계 화제작 가운데 하나는 단연 19년 만에 귀환한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었다. 낡은 가죽점퍼에 중절모를 쓰고, 긴 채찍을 손에 쥔 사나이. 27년 전에는 성궤(聖櫃, 모세의 십계를 새긴 석판이 들어 있는 상자)를, 24년 전에는 샹카라 돌을 그리고 19년 전에는 성배(聖杯,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쓴 술잔)를 찾아 동굴을 뒤지고, 사막을 내달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던 ‘인디’가 최신작에서는 신비한 힘을 가진 크리스털 해골을 찾기 위해 페루에 있는 마야 문명 전설의 도시로 날아간다. 전편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 분명 불로장생의 성배로 물을 떠 마셨던(!) 주인공의 주름살이 조금 깊어진 듯했지만, 예전처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좀 힘겨워 보였지만, 사람들은 오랜만에 모험에 나선 고고학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나도 이다음에 커서 고고학자가 되어야지.” 하고 꿈 꾼 적,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터다. 적어도 현재 중고생들의 부모 또는 이모, 삼촌 세대는 그렇다. 사실 영화를 찍을 당시 제작사 측에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약 20년 만에 등장하는 인디를 과연 사람들이 반겨 줄까? ‘고고학자의 모험’은 이제 한물 간 주제가 아닐까? 하지만 고고학에는 세대를 관통하는 매력이 있나 보다.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유적을 둘러싼 고고학자와 악당의 ‘스펙터클’한 대립에,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까지 영화관으로 발길이 향했으니 말이다.
고고학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학문이다. 이 때문에 지루하고 따분할 거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을 법한데,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의 고고학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끄는 불변의 인기 아이템이다. 영화만 보더라도 〈미이라〉, 〈툼 레이더〉,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에서 고대 유물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또 지난해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에는 고미술 학자와 문화재 관리청 직원이 남녀 주인공으로 나와, 도난당한 국보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디아나 존스’가 보여 주는 고고학자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따온 컴퓨터 게임, 레고까지 등장했다면, 그 인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그려지는 고고학은 일반인들에게 그야말로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서울대 고고 미술 사학과의 정윤회(06학번) 학생이 처음 전공 수업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은 “〈인디아나 존스〉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울 것”을 당부했다. 과연 실제 고고학자들의 모습은 영화 속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고고학과 미술 사학의 세계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지금부터 집중 탐구해 보자.
놓치지 말자! 답사 여행의 즐거움
(정윤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저도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고고학자의 모든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죠. 고고학에서는 ‘발굴’ 작업을 통해 유물을 ‘수습’하고, 유물의 형태나 위치 등을 근거로 제작 연대나 쓰임새 등을 추측하는 ‘해석’ 작업이 끝나면 ‘보고서’로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총체적으로 이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가장 흥미롭게 여길 만한 ‘발굴 작업’까지만 보여 줍니다. ‘고고학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유물의 ‘발굴’보다 ‘해석’이라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의 진짜 정체는 고고학자가 아니라 ‘도굴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웃음)
또 판타지나 SF 요소를 더하다 보니 영화에 나오는 유물들이 아무래도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존재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초자연적인’ 것들이 많아요. 그래도 저는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전공을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옛날에는 그런 학생도 몇 명 있었나 봐요. 교수님께서 첫 시간부터 고고학자의 실제 모습은 ‘인디아나 존스’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신 걸 보면 말이죠.
사실 대학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고고학을 염두에 두고 온 건 아니었어요. 요즘은 학부 단위로 학생을 모집해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전공을 정하는 대학이 많아요. 서울대 인문대도 ‘인문 계열 1’과 ‘인문 계열 2’로 나누어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저는 인문 계열 2에 지원해 합격했죠. ‘인문 계열 1’에는 국어 국문학과, 영어 영문학과, 중어 중문학과 등 어문 관련 학과가 있고, ‘인문 계열 2’에는 국사학과, 철학과, 고고 미술 사학과 등이 있어요. 1학년생들은 전공 탐색 과목을 들으며 향후 어느 학과로 진학할지 결정하죠.
그때 들었던 ‘미술사와 시각 문화’는 저의 선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어요. 수업 이름만 들으면 좀 어려워 보인다고요? 시각 문화가 어떤 특별한 것을 뜻하지는 않아요. 그동안 ‘미술’이라는 과목이 회화, 조각 등 예술 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데 한정되어 있었다면, ‘시각 문화’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건축물, 동영상 등 시각적인 모든 것을 아우르죠. 이 수업 덕분에 ‘예술’에 대한 높은 벽이 허물어지면서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답니다.
전공 수업은 아니지만 ‘예술과 영화’라는 교양 과목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수업에서는 교수와 소수의 학생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지원비’로 전시회나 영화 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었죠. 한번은 교수님께서 저희를 남산 자락에 위치한 리움(2004년에 삼성 문화 재단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데리고 가셨어요. 사진으로만 그림을 보다가 실제 작품을 보니, 그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때부터 흥미를 갖고 미술 전시를 찾아다니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전공도 고고 미술 사학과를 택하게 되었구요.
‘고고 미술 사학과’에서는 고고학과 미술 사학을 모두 연구하고 배워요. 고고학이 인류가 남긴 유물이나 유적을 다룬다면, 미술 사학은 과거의 미술품을 연구하죠. 공통적으로 인류가 남긴 유형(有形)의 유산이 일차적 연구 대상이라는 점에서 두 학문은 서로 연관을 갖고 발전해 왔어요. 물론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에는 좀 더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기 위해 둘 가운데 한 분야를 선택해야 해요. 고고학과 미술 사학 모두 매력적인 학문이라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2학년 전공이 결정되면 학생들과 교수님, 대학원생들까지 다 함께 답사를 가요. 보통 3학년 학생이 장소를 선정하고, 한 사람당 한 곳씩 맡아서 숙박·식당 섭외 등 전체적인 준비를 하죠. 우리 과는 한 학년에 약 10~12명의 학생이 있으니 2박 3일의 답사 기간 동안 총 10곳 정도를 가게 돼요. 각각의 답사 장소에서는 3학년 학생이 교수님과 선후배 앞에서 유적지나 유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있죠. 따라서 자신이 맡은 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자세하게 알아 둬야 사람들의 질문에 시원하게 답할 수 있답니다. 이에 앞서 동기들과 사전 답사를 가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두터운 동기애가 형성되기도 해요. 우리 과는 엠티(MT)를 따로 갈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요. (웃음)
이렇게 일 년에 한 번씩 답사를 다니다 보면, 졸업할 때쯤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방방곡곡 웬만한 지역에 다 발길이 닿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아무래도 3학년 답사 당시 제가 담당했던 경북 영주의 부석사예요. 부석사 하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무량수전(국보 18호)으로 유명하죠. 이 밖에도 조사당(국보 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45호) 등 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답니다. 특히 부석사는 산세의 지형을 이용해 건물을 지은 대표적인 산중 사찰이에요. 안양루 아래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 무량수전 앞마당에 도착해서 고개를 돌렸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 이 때문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닿을 때까지는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금기까지 있을 정도죠. 바로 이런 데 답사의 즐거움이 있는 것 아닐까요?
파헤쳐 보자!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
2008년 2월 10일, 사회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의 방화로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을 바라보며 우리 국민의 가슴도 까맣게 탔다. 600년의 전통을 지켜 온 국보 1호 숭례문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2012년에는 아름답고 당당한 숭례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삼척 주경 묘역에서 첫 금강송 벌채 작업이 시작됐고, 현재 숭례문 고증과 발굴 조사, 복원 설계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숭례문을 완벽하게 복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복구의 방향은 단순히 화재 이전 형태로의 복구가 아니라, 일제 등에 의해 왜곡된 부분까지 바로잡는 쪽으로 정해졌다. 일제가 황태자 행렬을 위해 없애 버린 문루(門樓, 궁문, 성문 등의 바깥문 위에 지은 다락집) 좌우측 성곽을 복원하고,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때 훼손된 육축(六畜, 목재를 받치는 석재) 부분도 보수한다. 숭례문 현판도 6·25 전쟁 후 보수 과정에서 글자체가 수정된 사실이 확인돼 다시 조선 시대 탁본(拓本, 비석, 기와, 기물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떠낸 종이)에 맞춰 복원하고 있다.
이처럼 숭례문을 과거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데는 고고 미술 사학을 전공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 복원 현장에서 때로는 600년의 숨결 안에 자취를 감추고 있었던 유물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이를 위한 숭례문 유물 발굴 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화마(火魔)에 의한 숭례문 소실(燒失)은 안타깝지만, 사건 이후 문화재의 관리와 복원에 대한 정부와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져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로, 장마철의 높은 습도는 곰팡이를 끼게 하고 겨울철의 높은 기온 차는 그림이나 건축물 표면에 균열을 가져오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시름하는 문화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얼마 전에는 아시아 최초로 ‘황금빛 비밀의 화가’ 클림트(G. Klimt, 1862~1918)의 전시회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 오스트리아 국립 벨베데레 미술관을 중심으로 12곳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 등으로부터 모은 작품 110여 점이 전시되었는데, 이를 위한 보험 가액만 25억 유로(약 4조 5,000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그의 대표작인 〈키스〉는 국보급 보물로, 끝내 해외 반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보면 문화재에 대한 당국의 관리가 얼마나 세심하고 꼼꼼하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허술한 문화재 관리로 국보 1호 문화재를 허무하게 날려 버린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 양성이 더 활발하게 추진되어야 하겠다.

(정윤회) 저는 현재 서울대 박물관의 고고 역사부에서 봉사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시간이 정체되어 있는 곳이에요. 유리관 안에 들어앉은 유물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간극에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죠. 제가 관리를 돕는 고고 역사 전시실에는 토기와 석기, 철기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 500여 점이 보관되어 있어요. 이 유물들은 자체 소장품도 있지만, 상당수는 박물관이 1960년대 문을 연 이래 70여 차례의 발굴 조사를 통해 수집한 것이랍니다.
저도 경기도 구리의 시루봉에서 시행된 발굴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동안 유물의 발굴과 복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 번쯤 볼 기회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이후 이 유물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궁금한 적은 없나요? 복원이 끝난 뒤에는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실측 작업’에 들어가게 돼요. ‘유물 실측’은 유물의 형태와 제작 기법을 그대로 도면으로 표현, 묘사해 내는 작업이죠. 고고학 연구에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발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기초 과정이라고 할까요? 유물 실측 도면의 정확성에 따라 보고서의 평가가 좌우되므로, 바로 이 지점에서 고고학자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죠.
서울대 박물관에서는 그동안 의미 있는 전시가 많이 개최되었어요. 홍보 부족인지 대중의 관심 부족인지, 전시회에 제가 생각한 만큼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죠. 2008년 중반에는 〈하늘에서 본 고구려, 발해〉 전시가 있었는데, 제가 도슨트(docent)를 맡아 기억에 많이 남아요. ‘도슨트’란 일정한 교육을 받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가리키죠. 전시회의 기획 및 홍보, 재정의 확보, 전시물의 보존 관리 등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큐레이터(학예 연구사)’와는 다르답니다. 도슨트는 대부분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되거든요. 이런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전시회의 문턱을 낮춰 줄 수 있어서 보람 있었어요.
요즘은 ‘퐁피두 센터전’, ‘렘브란트전’ 등 굵직한 대형 전시가 많이 열리고 있어요. 비행기 삯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의 걸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죠. 하지만 이런 전시들에 소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열리는 좋은 기획전이 묻히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워요. 유명한 화가들의 블록버스터급 전시회라고 해서 반드시 내용이나 구성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를 찾아보는 약간의 수고만 들인다면, 그런 전시회보다 훨씬 저렴한 입장료로 수준 높은 전시를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고고 미술 사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의 진로는 생각보다 다양해요. 아예 전공과 관련이 없는 대기업이나 국가 행정 기관에 들어간 사람도 있으니까요. 또 학부 과정에서 익힌 문화적 지식을 토대로 언론계나 각종 문화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고고 미술 사학 분야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경력을 쌓고 싶다면 대학원 진학은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마치면 보통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학예 연구사로 들어가거나, 대학과 국가의 연구 기관에서 문화재 발굴과 연구 활동을 계속하게 돼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통 유산이나 문화재 발굴과 관리에 점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추세예요. 고고 미술 사학 분야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인류가 남긴 유물과 문화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친구라면, 고고 미술 사학과의 문을 힘차게 두드려 보세요.